아티클

미국·중국·유럽, 바람 잘날 없는 리스크 투성이 글로벌 경제

[2019 키플랫폼]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 '글로벌 리스크 바스켓'

워싱턴DC(미국)=조철희 김상희 | 2019.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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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경기하강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과 자산축소 정책을 종료한데 이어 최근 IMF(국제통화기금)과 WTO(세계무역기구)까지 나서 잇따라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우려가 더욱 커졌다.

연초 글로벌 경제에 '폭풍을 몰고올 먹구름'을 경고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또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하강 리스크에 둘러싸인 글로벌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잃었다"며 "올해는 글로벌 경제의 약 70%가 성장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WTO도 미중 무역갈등을 핵심 장애요인으로 지적하며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2.6%로 지난해보다 0.4%p(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연초부터 특별취재팀을 가동해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을 만나 이같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요소와 주요 리스크들을 집중점검했다. 오는 25~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19 키플랫폼'에선 머니투데이의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변동 시나리오를 정밀 진단하고 한국 경제의 대응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키플랫폼 특별취재팀은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지각변동을 좌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과 전략을 분석하고 전망하는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해리티지재단, 조지워싱턴대 등 미국 유수의 싱크탱크, 연구기관들이 바라보는 시각에 주목했다. 취재팀이 접한 다양한 분석과 시나리오 가운데 스테파니 시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이 진단한 주요 글로벌 리스크들의 전개 양상과 함의를 소개한다.

◇미중 무역갈등=4일 현재 미국과 중국의 장관급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며 타결 임박 소식이 들리지만 갈등의 일시 봉합이 아닌 실제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으려면 양국 간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실제로 합의를 이행할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어서 중국과의 대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본격적인 대화는 부시 행정부 때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전략경제대화(SED) 채널을 도입하면서 이뤄졌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무부가 가세해 전략 분야를 주도했고, 재무부는 경제분야를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포괄적경제대화(CED)로 전환됐으나 그마저 곧 중단됐다.

트럼프 행정부도 결국 실질적인 관계 진전을 원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 일부에서 이런 기대가 크다. 이들은 IP(지식재산권)과 외국인 투자 개방 문제 등이 진전되면 본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측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는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계속 면밀히 지켜봐야 이행 여부가 확인될 일이다.

◇미국 내부 정치적 불확실성=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셧다운(연방정부 부분폐쇄)을 보면 알 수 있듯 현재 미국에는 상수에 가까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다. 셧다운은 경제적으로 타격이 적지 않다. 정부가 다시 가동되면 경제적 손실이 만회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성장동력 자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셧다운을 두고 "앞으로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할 일에 대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가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미국은 부채한도 상향 등 내부적 논쟁 사안들이 앞으로 더 많다. 지금 이슈를 넘겨도 다음 이슈가 바로 온다. 더 다이나믹한 이슈들이다. 미국 내부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 많은 리스크들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것들 중 일부가 현실되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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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부 정치적 불확실성
=중국 공산당은 중국 국민들 모두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모든 계층, 모든 세대가 이전보다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특히 중산층들의 요구가 거세다.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갑자기 나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은 경제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혁 앞에는 넘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개혁 과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위가 갑자기 위태로워질 수 있다. 개혁 과정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공산당이 그런 변화의 길을 걷을지, 국가 주도 경제성장이 아닌 다른 성장 복안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은 내셔널리즘에 기댈지도 모른다. 분란을 막기 위해 내셔널리즘을 앞세울 수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는 크게 우려될 일이다.

◇중국 금융권 부채 문제=부채비율이 막대하게 증가한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것은 매우 두렵다. 경제사적으로 부채 급증에는 고통스러운 금융위기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미국도 그랬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두려움이다.

일반적인 은행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그림자금융'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국영 금융기관들이 이를 떠받쳐왔다. 중국 당국도 그림자금융의 리스크를 알아 신용 확대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금융위기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매우 불안정한 위기다. 부실채권으로 금융권이 막혀 있어 전체 경제도 왜곡된다. 성장을 짓누른다. 중국의 7~9% 성장에 익숙한 글로벌 경제에는 쇼크가 될 것이다.

중국 경제는 이전처럼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이같은 펀더멘털의 취약함을 해결할 때까지 글로벌 경제도 크게 성장할 수 없다. 펀더멘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단기간이라도 금융권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물론 그 비용이 클 것이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신뢰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일이다. 하룻밤 사이 이뤄질 수는 없다. 중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까지는 예상하지 않지만 상당 기간 부채문제가 성장을 짓누를 것이다.

◇브렉시트와 유로존 위기=브렉시트를 비롯해 유럽은 리스크 바구니가 가득하다. 우선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다. 영국은 여전히 G7(주요 7개국) 경제다. 글로벌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인이다.


정치와 금융이 불안한 이탈리아 리스크도 여전히 유로존을 위협한다.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유럽은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ECB(유럽중앙은행)이 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건이다. 드라기 총재는 밸런스를 잘 맞춰 유로존 문제를 풀었다. 독일 등을 안심시키면서 유로존 회원국들의 방어벽 역할을 잘했다. 그처럼 밸런스 있게 유로존을 잘 관리할 자가 후임이 될 수 있을지도 리스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