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팬더모니엄 2020'…돌이킬 수 없는 변화 시작됐다

[2020 키플랫폼-포스트 팬더모니엄]

조철희 김상희 | 2020.04.14 10:00



포스트 팬더모니엄


예측했지만 일어나지 않길 바랬던 '팬더모니엄'(대혼란)이 결국 현실이 됐다. 머니투데이는 기획·르포·인터뷰 기사 연재와 컨퍼런스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를 취재·연구·전망·학습하는 키플랫폼(K.E.Y. PLATFORM)의 지난 2017년 프로젝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으로 2020년 팬더모니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팬더모니엄의 핵심 동인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충돌 등을 지적했고, 지금의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대역병이 '블랙스완'으로 글로벌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AI(인공지능)이 헬스케어 영역까지 급속히 파고든 디지털 경제 시대에 대역병이 판을 흔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 현실화된 팬더모니엄.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unknown unknown) 상황에 앞길이 아득하다.

머니투데이 키플랫폼은 올해 프로젝트로 △COVID-19 대유행 이후 재편될 미중 관계 등 글로벌 역학 구도와 신(新) 경제질서 △글로벌 양적완화·경기부양에 따른 경기회복 추세 △새로운 글로벌 경제 및 비즈니스 환경과 사업·투자 등 영역에서의 차별적 기회 요인 등을 분석·전망할 계획이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2020)의 '포스트 팬더모니엄' 프로젝트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정치·외교 전문가, 정책 리더, 혁신기업 등과 함께 연구한 팬더모니엄 이후(포스트 팬더모니엄) 새롭게 펼쳐질 미래상과 한국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솔루션들을 제시하려 한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


"우리의 운명은 연결돼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COVID-19 대유행으로 상호의존성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제고되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나라의 누군가에 의해 병원균이나 컴퓨터 바이러스, AI 시스템, 원자력 발전·핵무기·방사능 관리에 실수가 발생하면 우리 모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COVID-19 대유행에 따른 팬더모니엄은 많은 고통을 낳지만 기존의 가치에 대한 재고와 더 나은 비전을 발견하려는 움직임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팬더모니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과 변화 과정에서 경험한 재택근무 등의 편리함들은 우리가 한번 경험한 이상 좀처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혁신을 기다려온 다양한 분야에서 한꺼번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우리가 지금까지 갇혀 있던 극단적 대립(polarization) 구도를 깰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사태가 시민들이 더 크게 사회적으로 연대하고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돕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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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규제 장벽을 넘어


모든 게 가상(virtual)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 삶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경제가 디지털화 되는 것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용했던 디지털 수단들이 정부나 관료, 기득권에 의해 규제 장벽에 막혀 있었지만 이번 위기가 장벽을 무너뜨리거나 크게 낮추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선 우려와 논란 끝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고, 미국도 부분적 홈스쿨링과 온라인 학습에 대한 교원 노조나 정치인들의 저항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넥타이를 매고 1시간 동안 통근하지 않고도 충분히 집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학생들은 굳이 값비싼 기숙사에 살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날로그 세계는 소멸 위기에 처한 반면 전염병이 퍼진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세계는 번창하고 있다. 모두 집에 앉아 있지만 세계로 향하는 창문은 스마트폰을 통해 열려 있다.

이에 따라 기술 기업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은 물론 화상회의 서비스 업체 줌 등 작은 기업들도 전열에 포함된다. 전염병이 일상의 기술 의존도를 높이면서 한때 강하게 일었던 실리콘밸리에 대한 적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구조의 변화


팬데믹의 팬더모니엄은 기업들이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에 대해 국내 기반 대비 세계화된 시스템의 효율성과 비용·이익을 따져보도록 만들었다. 마스크나 의료 장비도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 우리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통해 경험했듯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은 여러 이유로 균열이 일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서 보다 강력한 국내 체인으로의 전환이 균열된 글로벌 체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얻는 것은 용이하지만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기존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부담은 있다. 또 팬더모니엄이 끝나면 글로벌 교역이 더 강하게 재개돼 기존 서플라이 체인 붕괴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 질서 재편


미국과 중국은 초강대국이지만 독자적으로는 자국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 취약계층의 비중이 큰 개발도상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와 지정학적 경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가들 간 불안과 갈등이 확산되면 세계 질서는 권력 구조 재편의 길로 갈 수 있다. '상호이익이 보장되는 세계화'라는 기존의 세계화 구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국제적인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함께 겪을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동의 조약과 규범은 물론 비상계획과 보고체계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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