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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62만명…러시아가 사랑한 한국인 유튜버 아시나요?

[2020 키플랫폼-키맨 인터뷰]

조철희 김상희 | 2020.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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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경하 인스타그램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세워진 고려인들을 기리기 위한 신안촌 기념비의 현지 관리자가 세상을 떠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 한 인기 유튜버는 방송을 통해 구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유튜브 방송을 한 지 얼마 후 기념비 인근에 살던 러시아인 학생이 기념비를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이 기념비는 외롭지 않게 따뜻한 보살핌을 계속 받게 됐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한국 문화를 알려온 인플루언서 민경하씨다.

민씨의 유튜브 채널은 27일 기준 구독자가 62만6000명에 달한다. 열혈구독자는 러시아가 중심이고 중앙아시아 지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가입 독자 1위가 러시아, 2위가 카자흐스탄, 3위가 우크라이나(키르키즈스탄 포함), 4위가 대한민국 순이다.

독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18~35세 역동적 젊은층이 다수다. 핵심 콘텐츠는 여행, 화장품, 문화관광, 케이팝(K-POP), 음식 등으로 다양하다. 한마디로 K-컬처 서사의 전도사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18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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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경하 유튜브 방송 화면 캡처

민씨는 한국인의 피를 지닌 '코즈모폴리턴'이다. "영국에서 유치원을 다녔고 어릴 때부터 열린 글로벌 사고를 익혔어요. 학창시절은 한국에서 보냈지만 중·고등학교 방학 때마다 필리핀 등으로 어학연수를 다녔습니다."

대학 때는 먼 아프리카를 비롯해 20여 개국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혔다. 히치하이킹도 마다하지 않았고 게스트하우스도 내집처럼 드나들며 코즈모폴리턴 DNA를 벼렸다. 민씨는 이렇게 섭렵한 국가가 총 50개국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을 후원한 것은 7개 국어를 하시는 아버지. "아빠와 올빼미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여행 계획은 제가 다 만들었죠." 민씨는 아버지 영향을 받아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일본어를 15년 동안 공부했다는 민씨는 "해외를 다니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일관계에 대해 일본에 의해 왜곡된 이야기를 바로잡으려면 일본을 알아야 하기에 어린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서사의 바탕에는 '뿌리인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 애국심'이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 '진실성'이 영향력 확산의 무기라는 것이 민씨의 설명. "제가 하려고 해서 애국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속에 있는 제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진실되게 전하면 그것이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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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경하 인스타그램

민씨는 "처음 시작할 때 또래였던 독자들이 같이 자라서 18~24살 정도로 커서 핵심 커뮤니티 멤버가 됐다"며 "구매력도 따라 올랐는데, 그분들의 요청으로 뷰티 채널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쪽 구독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5개 국어로 방송하던 중 가장 반응이 뜨거워서 집중하게 됐다"며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국을 많이 알리려고 했더니 러시아쪽 사람들 기질에 맞았던지 반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민씨는 또 "의료 서비스 분야도 미국의 비싼 의료 서비스 대비 가성비가 뛰어난 한국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 연결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 과정에서 선진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현지인들을 돕는 모금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민씨의 진정성과 인류애가 전달되면서 커뮤니티 내 로열티가 강화되기도 했다.

민씨는 러시아 인플루언서들과도 연대가 강하다. 파워 블로거들이 대부분이다. 민씨는 현지에서 그들을 모아 행사를 열어 한국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퀴즈 대회나 케이팝 커버댄스 등 자신만의 펀(fun)한 콘텐츠로 꾸민다.

민씨에게 러시아 이외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하고는 싶은데 제가 다른 언어로 하면 독자들이 바로 알아요. 아직은 러시아 시장이 크고 가능성이 있어서 러시아 콘텐츠에 더 주력하고 싶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아직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러시아어로 홍보를 하면 주변 10여개 나라들까지 따라와요. 저도 러시아에 한번 갈 때마다 5군데 정도를 돕니다."

물론 그동안 겪었던 어려운 점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혼자서 카자흐스탄 등에 가 한국을 알리는 행사를 할 때 정부 기관들이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민씨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게 많다"며 "대한민국 브랜드를 키우는 인플루언서들에게 지원도 있었으면 좋겠고 인플루언서들끼리도 같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