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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북한 경제에 글로벌 투자자들 호기심"

[2020 키플랫폼-포스트 팬더모니엄]

조철희 김상희 | 2020.05.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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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아름다운 수도의 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양의 거리에 눈부신 불빛이 흐른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저 멀리 하늘 끝에 닿은 듯 싶은 여명거리의 웅장 화려한 건축물들에 넘치는 아름다운 불빛"이라고 묘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인프라 현대화와 산업 발전의 여지를 가진 북한은 일단 개방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북한도 경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북한 경제의 발전 가능성과 투자 기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잇따르고 있다.

미셸 텅거(Michelle Tunger), 톰 르(Tom Le) 미국 포모나컬리지 교수는 '북한 경제 발전 프로젝트'(Making the North Korean Economic Project Work) 제하의 EAI(동아시아연구원) 논평에서 "북한에서의 성공적인 공동사업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고 북한 주민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며 정부 관료들만이 아닌 민간 사이에서의 교류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두 교수는 북한의 경제 발전이 오로지 북한만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며 △북한 내부로부터의 비핵화 노력 △대북제재의 강도를 줄이는 등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태도 전환 △북한 경제에 투자하고자 하는 경제적 호기심을 가진 국제사회의 투자자 등을 변화 발전의 잠재 동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은 시장주도형 경제에 적응할 능력이 있어 보인다"며 "도시와 농촌 모두 민간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공급·수요·시장가격과 같은 경제 메커니즘이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한 투자를 헛되이 여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북한에서의 공동사업은 광범위하고, 수익성이 높고, 변혁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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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북한경제 보고서 "하이브리드 경제" 주목


국제사회의 북한 경제 발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여당의 총선 압승과 코로나 유행 완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구축과 경제 번영을 다시 강조한 현 시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북한 경제를 본격 분석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펴냈는데 북한의 시장화 등 여러 경제 성장 가능 요인들을 제시했다.

OECD 빈센트 쿤(Vincent Koen) 국가분석실장과 범진완(Jinwoan Beom) 이코노미스트가 쓴 '북한: 마지막 전환경제(North Korea: The last transition economy)?' 보고서는 북한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서비스업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장마당'(종합시장)이 지속 성장했는데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시장은 2010년 200여개에서 2019년 500여개로 급증했다. 청진의 한 대형시장은 가판대만 1만7000개에 달하고, 평양의 통일거리시장은 서울 동대문시장보다도 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은 현재 계획경제와 시장화가 뒤섞인 전환경제가 진행 중이다. 국가와 당, 군부의 통제가 여전히 강하지만 '분권화된 이니셔티브'(decentralized initiative)로 인해 시장화가 확대되고 있다. 일종의 혼합경제 체제, 하이브리드 시스템(hybrid system)인 셈이다.



발전·투자 기회 큰 북한 인프라


보고서는 북한에서 산업기계, 자동차, 트럭과 같은 경공업·기계공업이 시장화와 함께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제재로 석탄 생산 등 광공업은 위축 추세이지만 항만·철도 시설 등 석탄 공급망 인프라는 개선됐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의 교통 인프라는 발전이 매우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시설 보수가 부진하고 물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상황은 평양 외곽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8년 북한의 철도 총 길이는 5289km로 남한보다 길었지만 네트워크가 구식인 탓에 열차는 매우 느리고, 전력 감축 때문에 늦는 경우가 많다"고 다른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이처럼 북한의 인프라는 매우 낙후돼 있지만 역설적으로 발전 가능성과 기회 요인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구리, 금, 흑연, 철, 아연과 같은 광물자산이 10조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 천연자원의 추가 개발 가치가 큰데 이를 위해 개발 인프라와 생산 체인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또 북한 정권이 추진한 건설·관광 정책 노력도 소개했다. 최근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등에서 고층 아파트와 관광 인프라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이 추진됐는데 관광 사업은 유엔(UN) 제재 대상이 아니라 북한 정권이 애쓰고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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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디지털라이제이션


북한의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화·digitalisation)에 대한 분석 대목도 눈길을 끈다. 북한은 현재 빠르게 디지털화가 진행 중으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600만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북한 브랜드 스마트폰에는 대만 반도체와 중국 배터리,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변형 버전이 탑재돼 있다.

스마트폰 기본 모델의 경우 100달러에서 400달러의 비용이 들고, 월 통화 요금제는 100분당 13달러가 든다. 외국 브랜드의 스마트폰은 공식적으로 판매되지 않지만 무역상이나 북한 부유층은 국내 심(SIM)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은 정보 유통을 촉진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습관에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접속이 엄격히 통제되지만 일부 직장과 학교, 쇼핑에도 이용되고 있다. 최소 3개의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있고, 채용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외국 대사관 직원, 외국인 관광객, 국제 NGO(비정부기구) 종사자 등 외국인들은 인터넷에 어느 정도 접속할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는 일부 공장에서 자동화와 디지털화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서 보듯 소프트웨어 전문성은 어떤 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고 밝혔다.

미셸 텅거, 톰 르 교수도 북한의 IT(정보기술)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기대했다. 이들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은 정권에 보다 평화적인 목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탄탄한 IT 지형을 제공하기도 했다"며 "잘 짜여진 IT 네트워크가 북한 경제의 다른 분야를 현대화하는데 핵심"이라고 말했다.



"美 대선 전후... 제재완화·대북투자 이뤄질까"


텅거·르 교수는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경제적·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들인 한국,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접해 유리한 지리적 위치를 누리고 있다"며 "이 지역 무역망에 중요한, 잠재력이 높은 항구들을 가지고 있다"고 북한 경제의 잠재력을 평가했다.

이들은 "북한에서의 공동개발사업은 국제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북한 안팎에서의 정보 유통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기업들은 북핵 위협과 인도주의적 위기를 끝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 때문에 재정적 손실을 기꺼이 감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지난 4월 총선을 언급하며 "선거 결과가 문재인정부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관여를 위한 어느 정도의 비옥한 기반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중요한 단계"라며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동조할 경우 대북제재가 완화될 수 있고, 대북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공동번영을 위한 '한반도형 인프라' 전략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포스트 팬더모니엄 시대에 새롭게 펼쳐질 미래상과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막하는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 2020)에서도 남북경협과 북한 인프라 개발·투자 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열린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는 곳곳에서 다양한 경제 재건 노력이 기울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헤쳐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한반도 평화경제의 실현은 당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2020 키플랫폼은 향후 예상되는 본격적인 한반도 인프라 협력 대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반도 인프라 투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키플랫폼 무대에 초청해 들어보고 시사점을 도출할 계획이다. 북한보다 훨씬 앞서 개방의 역사를 경험한 동구권 등의 사례도 현지 관계자를 통해 들어보는 순서도 마련했다.

오는 28일 오후 '한반도 공동번영을 위한 한반도형 인프라 전략'을 주제로 진행되는 2020 키플랫폼 분과회의는 지난해 말 한반도인프라포럼을 개최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함께 하며 마무카 쎄레텔리 아메리카-조지아 비즈니스 협의회장, 앤드류 로벨 이머징유럽 설립자 등이 미국 워싱턴 등지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