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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보다 '엑시콘'이 돼라"

[2020 키플랫폼]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방윤영 | 2020.05.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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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8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0 키플랫폼' 총회(팬더모니엄 그 이후 : 써로게이트 이코노미의 출현)에서 '포스트팬더모니엄 시대의 넥스트 유니콕'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포스트 팬더모니엄 시대(대혼란)에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과 기회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주목된다. 다만 우리나라에 유니콘이 얼마나 있는지가 아니라 성공한 유니콘인 '엑시콘'을 얼마나 배출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사위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8회 글로벌 콘퍼런스 '2020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포스트팬더모니엄 시대의 넥스트 유니콘'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니콘은 설립된 지 10년 이하,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말한다. 2013년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에일린 리가 이런 기업을 유니콘에 비유한 데서 용어가 탄생했다. 당시 미국 스타트업의 경우 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이 0.00006%에 해당하는 39개밖에 되지 않아 전설의 동물 유니콘처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유니콘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엑시트(투자 회수)에 성공한 '엑시콘'이 되는 것이라고 홍 위원은 강조한다. 유니콘은 배달의민족처럼 또 다른 기업에 M&A(인수·합병) 되거나 페이스북·우버처럼 상장이 되는 방식으로 엑시트할 수 있다. 둘 다 실패하면 죽은 유니콘인 '유니콥스'가 된다.

홍 위원은 "성장하고 투자를 받는 것도 좋지만 M&A나 IPO(기업공개)와 같은 엑시트를 하고 엑시콘이 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며 "유니콘을 얼마나 키우느냐보다 중요한 건 엑시콘을 얼마나 배출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고용창출력만 보고 지원할 게 아니라 벤처캐피탈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콘에 대한 '신화 깨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유니콘 육성과 엑시콘 배출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거처럼 고용이 대폭 늘거나 첨단기술과 제조업 경쟁력이 GDP(국내총생산) 성장을 이끄는 등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만능 신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 유니콘'이나 '하이테크(첨단기술) 유니콘' 등은 모두 신화적인 이야기다. 홍 위원은 "디지털경제 시대에 한꺼번에 엄청난 물량이 팔리는 제품은 흔치 않다"며 "유독 테크(기술 기반) 기업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데, 기술 자체보다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금 전세계는 경제와 산업에 거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 이 시기에 변화와 미래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지표의 하나가 바로 '유니콘'이 찾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다.

홍 위원은 "정부는 유니콘이 자라날 환경과 건강한 생태계를 갖추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비즈니스모델 연구·실험·상용화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