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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와 대화 '페이스타임' 없애야, 일 더 잘해"

De-Fakeworking 인터뷰 - 안나 스탠스베리 하버드대학교 연구원

조철희 | 2021.02.23 11:00

편집자주 |  코로나 팬데믹 1년.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회복하겠지만 '비대면'의 일하는 방식은 영구적으로 변화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기업들은 업무에 불필요한 요인들을 완전히 제거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 애쓰고 있다. '가짜일 없애기'(De-Fakeworking) 등 '일의 미래'에 대한 글로벌 혁신기업 및 전문가들과의 '비대면 인터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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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 업계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A씨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A씨는 회사에 출근할 때보다 집에서 다섯살 아들, 두살 딸과 일부 시간을 함께 지내며 일하는 것이 갈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잦은 재택근무로 노하우도 쌓여 자신이 필수적으로 육아를 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업무 일정을 잘 짜 일하고 있지만 갑자기 사내 메신저로 상사가 말을 걸어오거나 예정에 없던 팀 화상회의나 갑작스런 고객사와의 화상미팅에는 일과 육아 모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가 우리보다 더 정책돼 있고, 재택근무시 기업이 직원의 가정 육아 문제를 상당히 고려해 주는 미국에서도 이런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하버드대학교 불평등·사회정책연구소(Harvard Inequality & Social Policy)의 안나 스탠스베리(Anna Stansbury) 연구원(사진)은 "페이스타임(face time)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페이스타임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영상통화 기능 용어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직장 상사·동료와 직접 만나거나 실시간으로 대화·소통하는 시간을 뜻한다. 스탠스베리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어쩔 수 없이' 시행하고 있지만 직원과 기업 모두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직원이 일하는 방식과 일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업문화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 '가짜일'(fake work)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듯 앞으로도 직원들이 가능한 자신만의 생산성과 업무일정에 대해 '오너십'(ownership·주도권)을 갖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을 위해 일과 육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유연한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정해진 시간에 '온'(on) 하는 것보다 직원이 가능한 자신에게 맞는 시간에 일할 수 있게 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든 버추얼(virtual·가상) 환경에서 일하든 페이스타임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연구하는 스탠스베리 연구원은 노동시장 변화 전문가로 올해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슬론경영대학원의 일·조직연구소(Work and Organization Studies) 조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각각 지낸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하버드대 교수와의 생산성 관련 공동연구로도 유명하다.

다음은 스탠스베리 연구원과의 인터뷰 전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원격근무가 확산되는 등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변했다. '일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리모트워크(Remote Work·원격근무)가 매우 실현가능한 옵션이 됐다. 팬데믹 동안 록다운(lockdown·이동제재)은 기업과 직원들이 리모트워킹을 하는 '고정비용'을 극복하도록 강제했다. 습관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새로운 디지털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이는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텔레워크(telework)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팀(team) 간의 신뢰 구축과 관계 측면에서 대면 상호작용(interaction)이 실질적인 이점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내 예상으로는 팬데믹 이후 리모트워크는 훨씬 더 흔해지겠지만 리모트 워크가 완전히 표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많은 일들이 원격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도심의 사무지대로 통근하는 경우는 훨씬 줄겠지만 대면 업무들도 계속 있을 것이다.

-통근이 줄면 주거 형태의 변화도 나타날 것 같다.

▶사람들은 직장과의 근접성이나 통근성보다는 주변지역의 편의시설을 훨씬 더 고려해 거주지를 선택하기 시작할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친화적 도시나 대도시 인근의 교외·시골지역으로 인구가 재분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경제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는가.

▶리모트워크를 통해 많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개발도상국에서 자질 좋고, 스마트하고, 인건비가 낮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데 왜 부유한 나라에서 노동자를 고용해 일을 시키겠는가.

서비스 분야 직종의 아웃소싱은 가장 두드러지게는 콜센터를 비롯해 백오피스(back office) IT 기능 부문, 코딩 및 소프트웨어 개발 등 특정 부문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그런데 이는 많은 중간임금 또는 고임금 서비스 분야 직종을 포함해 매우 큰 규모로 서비스 분야의 오프쇼어링(off-shoring·국외이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서비스 분야 일자리의 급격한 오프쇼어링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 경제(EMDEs·emerging market and developing economies)에는 중산층의 경제적인 발전과 경제지위 상승 이동성에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제조업이 오프쇼어링되는 선진국에서 보았던 경향이 상당히 큰 규모로 서비스 분야 노동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특히 오프쇼어될 수 있는 특정 산업에 의존한 지역이 사라질 것이다.

-과거의 일하는 방식에선 '가짜일'이 참 많았다고 느끼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가짜일을 없애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어떤 업무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기업은 직원들이 가능한 자신의 고유한 생산성과 스케줄에 대해 오너십을 갖는 조직 문화를 재설계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페이스타임을 줄이고, 불필요한 미팅을 줄이고, 직원들이 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기업문화를 설계해야 한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일·가정 양립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같은 문화를 이룰 수 있을까.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는 2가지 중요한 변화를 이뤄야 한다. 먼저 가정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부부 중 한쪽이 살림을 주로 맡는다면 (거의 여성이겠지만) 남성 혹은 여성이 가족을 전업으로 돌볼 것이며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을 것이다. 이것을 부부 양쪽이 분담할 필요가 있다. 재택근무든 사무실에서 일을 하든 그래야 한다. 특히 육아 시스템이 붕괴되고 아이들이 원격교육을 받아 부모의 시간과 주의가 더 필요해진 팬데믹 상황에서 더 중요하다.

둘째로 회사는 부모가 일과 육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유연한 근무제도를 시행해야 도움을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정해진 시간에 '온'(on) 해야 하는 것보다 직원이 가능한 자신에게 맞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부모는 필요할 때는 낮에도 가정을 돌볼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일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페이스타임 문화를 없애는 것도 포함된다. 아이가 태어나거나 가족이 아픈 경우 필요할 때마다 일을 줄이거나 늘려 가족을 돌보는 이들에게 유연성을 줘야 한다.

여성이 아이들의 주된 보호자가 되는 경향이 큰 만큼 직장 내 젠더(gender) 균형이 향상되길 바란다. 리모트워크의 확산으로 여성들이 일과 가정으로부터 그들의 시간에 대한 균형을 더 잘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일하는 방식만큼 학습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교육 분야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버추얼 스쿨(virtual school·가상환경에서의 교육)은 3가지 이유에서 정말 매우 중요한 이슈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여러 나라에서 겪는 현상인데 첫째, 인터넷 연결에 대한 '차등'이 많은 나라들에서 주요 문제다. 인터넷 연결이 나쁜 아이들은 라이브수업을 따라가거나 상호적인 온라인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나쁜 학습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둘째, 집에서의 안정적이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습 환경에 대한 차등도 큰 문제다. 일부 아이들은 몇몇 다른 가족이 함께 있는 시끄럽고 파괴적인 환경에서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일부 아이들은 불안정한 주거 상황이나 학대 가정에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학업이 극도로 어려워진다.

셋째, 가정에서의 지원의 차등이다. 아이들은 학교공부, 동기부여, 진로희망과 관련해 종종 추가적인 1대1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보내는 물리적 시간의 감소는 이 개인화된 지원과 멘토링에 접근할 기회를 잃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일부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에게 이런 종류의 지원을 제공할 시간, 돈, 리소스, 지식이 더 많은 가정에서 자라겠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