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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에 '가짜 일' 특히 많아" 해외대학 교수의 일침

De-Fakeworking 인터뷰 - 바니아 세나 셰필드대 교수

조철희 | 2021.03.11 18:00

편집자주 |  코로나 팬데믹 1년.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회복하겠지만 '비대면'의 일하는 방식은 영구적으로 변화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기업들은 업무에 불필요한 요인들을 완전히 제거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 애쓰고 있다. '가짜일 없애기'(De-Fakeworking) 등 '일의 미래'에 대한 글로벌 혁신기업 및 전문가들과의 '비대면 인터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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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일터에서 알게 된 진실 하나. 그동안 우리는 '가짜일'(Fakeworking)을 참 많이 해왔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원격근무(Remote Working)를 하면서는 굳이 사무실에 앉아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줌(ZOOM)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면서는 사무실에서 불필요한 격식과 절차를 지키며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짜일은 주로 직장에서 권위나 기득권을 내세우려는 상사들에 의해 만들어져 하급자들에게 주어진다. 권위적인 한국 기업문화에서 사례가 많다. 최근 재택근무제가 확산됐지만 직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까 주저하는 관리자들도 적잖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바니아 세나(Vania Sena) 영국 셰필드대학교 경영대학(Sheffield University Management School) 교수(사진)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짜일은 조직이 직원들의 업무를 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유연성이 부족한 결과"라며 "가짜일을 없애려면 왜 우리 팀에 가짜일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나 교수는 "직원들은 생산성이 하루 또는 주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9 to 5'(9~5시 출퇴근) 문화 때문에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느낀다"며 "직원들이 근무시간대(working day)를 시간블록으로 나눠 어떤 블록이 어떤 업무에 사용될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가짜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나 교수는 신기술, 인적자본, 지적재산에 중점을 둔 미시적·거시적 수준의 생산성 향상 결정 요인에 대한 계량경제학적 분석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에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산 중인 원격근무의 장단점과 원격근무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 전망 등을 들어봤다.



원격근무의 장단점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보편화됐다. 원격근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는 근로자 생산성과 비즈니스 생산성을 구분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생산성은 서로 연결됐다. 원격근무는 주로 전자(근로자 생산성)를 통해 후자(비즈니스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즉 원격근무는 근로자 생산성을 높여 비즈니스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근로자들에 효율성, 동기부여, 창의성 등을 지원하기만 하면 가능하다.

202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 만족도를 높여 평균적으로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원격근무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직업교육, 관리감독, 개인 상호작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직장에서의 지식·정보 교환이 원격근무로 인해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러 나라들에서 원격근무가 현장근무와 혼합될 때 근로자 생산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격근무가 장기화되면 근로자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원격근무로 생산성이 향상되려면 원격근무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근로자 만족도가 높아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원격근무로의 전환은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산성에 항상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원격근무 전환을 잘 관리하려면 원격근무의 혜택이 즉시 근로자들에게 가시화되고 원격근무와 관련된 단기적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영 방식이 변해야 한다.



원격근무제 잘 운용하려면


근로자들이 그들의 '일'(job)로부터 분리되지 않도록 하려면 원격근무는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야 한다. 또 현장근무 기간이 섞여 있는 게 확실한 것도 중요하고, 특히 원격근무를 하더라도 보상기회는 여전해야 한다. 보상과 승진은 직업 만족의 중요한 요소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공헌이 높이 평가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원격근무제에서 보상과 승진은 근로자가 생산한 '결과'(outputs)의 공식적 지표(formal indicator)를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진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있다. 근로자의 공로를 보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면 원격근무가 적합한지 재고가 필요하다.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이슈는 팀 구성이다. 보통 팀은 각자 다른 스킬을 가진 직원들로 구성되며 일부 팀원들 간에 있을 수 있는 궁극적인 지식 격차는 팀이 전체로서 보완할 수 있다. 원격근무를 할 때는 지식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팀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와 팀에서 기대하는 성과의 유형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짜일 없애기


우리는 보통 비생산적인 일이나 회사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일과 같은 개념과 관련된 '가짜일'에 대한 콘셉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직원들은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회사의 가치창출에는 느슨한 일을 하고 있다.

직원들은 생산성이 하루 또는 주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9 to 5'(9~5시 출퇴근) 문화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낀다. 어떤 의미에서 가짜일은 조직이 직원들의 업무를 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유연성이 부족한 결과다.

가짜일을 없애려면 왜 우리 팀에 가짜일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나는 제안한다. 이는 팀원들의 개별 동기(motivation)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라인매니저(line manager·일선관리자)들에 의해 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프로세스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을 관리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주요 목표다.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팀원이 자신의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경영진은 직원들이 가치창출을 위한 자신의 업무 기여를 어떻게 스스로 인식하는지 엿볼 수 있다.

가짜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또다른 방안은 직원들이 근무시간대를 시간블록으로 나눠 어떤 블록이 어떤 업무에 사용될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에너지가 한 블록에서만 사용되지 않도록 스케줄 중 휴식시간이 있어야 한다.



원격근무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


원격근무로의 전환의 중요한 결과는 '도심'이 변화하거나 재고(re-thought)돼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도심은 오피스 빌딩들(요즘 비어있는)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도심의 전체 경제는 도심에 있는 빌딩에서 하루를 보내는 대규모 노동자 집단의 요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분명히 이 모델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안이 필요하다.

근로자들이 더이상 일하기 위해 도심 쪽으로 모여들지 않는다면 교외의 구조도 재고돼야 한다. 예컨대 많은 근로자들이 집에서 일을 하는 지역에서 어떤 유형의 서비스와 매장들을 예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근로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가상이든 아니든 '미팅 포인트'(만남의 장소)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모르겠지만 나는 '15분 도시'(15분 이내 동선에서 자급자족 가능 도시)를 둘러싼 논의가 도시의 구조에 원격근무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더 큰 논의로 연결될지 아닐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