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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젠더에 미친 영향…"여성이 남성보다 더 고통"

2021 키플랫폼: 키맨 인터뷰 - 엠마 장 예일대 교수

조철희 김상희 | 2021.04.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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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일하는 방식과 직업,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파괴적이다.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는 전세계적으로 급확산됐고, 직장을 잃거나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야만 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특히 최근에는 노동시장에선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젠더 문제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다양한 방식으로 젠더에 영향을 미치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직업적, 사회경제적, 심리적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하고 있는 엠마 장 예일대 교수(사진)는 "연구 결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상당히 하락했다"며 "가사일과 육아를 하는 시간이 남성과는 불균형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불균형적으로 많이 직업을 잃었다"며 "이는 기업의 성 불평등을 더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집합의 해체: 적응적 실행의 내재화'를 주제로 오는 28~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1 키플랫폼'(K.E.Y. PLATFORM 2021)에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젠더에 미친 영향과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등을 상세히 이야기할 예정이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화상미팅을 통한 사전인터뷰 일문일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된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비대면 업무 방식의 장단점을 어떻게 보는가?
▶비대면 업무 방식은 당장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고 사무실 비용도 줄이며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업무 일정도 보다 유연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업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들의 경우 업무 생산성이 악화되기도 하는데 가사 등 멀티태스킹(multitasking·다중작업)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직장생활과 사생활의 경계를 구분짓기 어렵다. 우리는 많은 이들에게서 이 두 삶의 영역이 '융합'(converge) 되는 것을 목격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의 세계'다. 집에서 아빠, 엄마, 아이들은 전통적인 하이어라키(위계질서)를 벗어나 이제 다른 지위에 있을지 모른다. 부부는 서로를 관찰하고 있고, 아이들은 부모를 관찰하고 있다.

-재택근무의 어떤 점들이 여성들을 힘들게 하는가?
▶가정은 전통적으로 사생활을 위한 공간이지 일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재택근무는 직장생활과 사생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특히 자녀가 있는 직장여성의 경우 재택근무 중 자녀로 인해 일을 방해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자녀가 방해를 하지 않더라도 재택근무 중 자녀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일의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상당히 하락했다. 여성 입장에서 재택근무는 여러가지를 처리해야 하고, 가사일과 육아를 하는 시간이 남성과는 불균형적으로 늘어난다.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가 높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남성보다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인가?
▶팬데믹 동안 불균형적으로 젊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이 직업을 잃었다. 테크 업계의 경우가 그렇다. 기업에서 젊은 여성의 경우 매우 편향된 성 비율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젊은 여성은 졸업 후 회사에서 여성 멘토를 찾지 못할 것이다. 대다수 멘토가 될 만한 여성 인력이 코로나 팬데믹 동안 직장을 잃었거나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성 불평등을 더 확대시킨다.

-성 불평등의 사례가 더 있다면?
▶사회 취약계층 가정의 경우 육아 시간의 성별 격차는 실제로 증가했다. 즉 사회 취약계층 가정의 여성은 2개의 불평등 '라인'에서 멈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는 남성이 아닌 여성이 모든 육아 시간을 감당하는 '젠더 라인'(gender line)이다. 두번째는 '사회경제적 라인'이다. 부유한 가정의 여성과 비교할 때 사회 취약계층의 여성은 육아보다 가사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선 학생들 간에도 성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 팬데믹 동안 중국에서 소녀들은 소년들보다 불균형적으로 과도하게 어머니를 도와 가사를 돌봤다. 그러나 소년들에게는 가사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보면 남녀 성별에 따라 교육적 결과에도 성 불평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은가?
▶재택근무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보면 여성의 경우 생산성이 증가했는가에 대해 상반된 생각이 있다. 우리는 일부 국가에서 생산성은 증가했지만 일부 다른 국가에서 생산성은 증가하지 못했던 현상을 목격한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은 국가와 상관없이 생산성이 감소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재택근무 등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성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면 기업은 가정을 위한 육아 서비스 등 여성 직원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여성 직원들에게 근무 일정의 유연성을 더 높여줄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은 아이가 집에 있는 동안 업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의 육아 관련 지원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 향상을 보완할 것이다. 육아를 지원하면 여성 직원은 자신에게 불균형하게 떨어져 왔던 가사노동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 있다.

직장 내 잠재적인 성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남성 직원이 동료 여성 직원을 더 잘 이해하게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된다면 남성 직원들은 집에서 일할 때 불균형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다. 회사 관리자들은 남성 직원들에게 가정 문제에 잘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