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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금융제도 바꾼다"

2021 키플랫폼 - 특별세션2: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미래, ESG

정인지 김영상 | 2021.04.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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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머니투데이 차장,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2℃ 대표, 김성주 금융감독원 지속가능금융팀장,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김훈태 포스코 ESG그룹장(왼쪽부터)이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2021 키플랫폼' 특별세션2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변화다."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금융제도를 바꾸고 있다. 과거 ESG는 각 금융사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니셔티브(발안)이었다면, 이제는 각국 제도에 명시된 '지켜야 할 규범이' 되고 있다.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1 키플랫폼' 특별세션2 1부에서는 ' 이해관계자 자본주주의 미래, ESG'를 주제로 다양한 인사이트들이 쏟아졌다.



금융권에 불어닥친 기후변화 태풍


올해부터는 파리기약후변화협약이 시행되면서 ESG 중에서도 환경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파리협약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대비 2℃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1톤당 2달러인 탄소세를 2030년까지 75달러까지 인상할 것을 촉구했다.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2℃ 대표이사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들이 어떻게 금융 제도 속으로 포함되고 있는지를 짚었다. 그는 "탄소세가 급등하면 석탄, 천연가스, 휘발유 및 전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논의의 중추가 되고 있는 것이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만든 TCFD(기후 관련 재무공시 협의체)다. 현재 1755개 글로벌 기관이 TCFD 지지선언을 했으며, 이 중 절반인 859개사가 금융사다.

이러한 금융업계의 흐름에 따라 제도도 속속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녹색금융협의체(NGFS)는 중앙은행 및 금융 감독기관들을 위해 TCFD를 기반으로 한 기후환경 리스크 관리 가이드를 발표했다. 올해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도 기후재무리스크 측정방법론을 내놓았다.
김성주 금융감독원 지속가능금융팀장은 "국내에도 기후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기후금융 정책 및 감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금감원은 '2021년 녹색금융 추진계획'에 따라 녹색금융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의 기후리스크를 관리, 감독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후채권, 기후여신, 기후펀드 등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투자를 유도하는 기후금융은 아직 시작 단계다. 김 팀장은 "앞서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례에서 보듯 금융시장이 과열될 경우 문제가 있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며 "이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모니터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기후금융은 초기 단계인 만큼 대형 금융기관에 한정하고 있다.

기후금융은 특히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김 팀장은 "외국의 규제나 물리적 변화에 따른 변수가 우리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그런 기업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기후금융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주로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기후금융에 대한 관심이 더욱 떨어지는 이유다. 김 팀장은 "국제기준 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도 참여하면서 국제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이슈를 녹여낼 계획"이라고 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포스코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국내 처음으로 TCFD를 기반으로 한 기후행동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경영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인 만큼 ESG에 맞춘 변화는 불가피했다. 김훈태 포스코 ESG 그룹장은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기후변화라는 관점에서 철강산업을 유지했기 때문에 TCFD 보고서를 빨리 발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기업시민 이념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 기업 내부적으로도 ESG를 향한 방향에는 이견이 많지 않았다. 김 그룹장은 "임직원에게 ESG를 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경제 주체 모두의 공존 추구',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며 "구성원들 역시 ESG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에 생존하기 어렵다는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 정보공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TCFD 등 글로벌 기후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한 명확한 정보공개 지표와 범위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의 투명한 기후정보 공개를 통해 지속가능금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공시, 기업 거버넌스 혁신 이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는 국내외 상장회사들의 ESG 공시 현황을 발표했다. 그는 "전세계 ESG 공시는 이른바 컴플레인 오어 익스플레인(CoE)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 공시 내용의 자유를 주는 대신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ESG를 규정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현재 전세계에 ESG 정보 공개와 관련한 이니셔티브는 400여개에 이른다. 송 본부장보는 "연혁적으로 보면 지배구조(G) 관련 공시 제도가 30년전에 만들어졌고 환경(E), 사회(S)가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공시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올 1월부터 대형주인 프리미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TCFD 기준에 맞는 기후관련 CoE 공시를 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이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송 본부장보는 "미국은 E와 S 분야에서 표준화된 공시가 어렵다는 이유로 ESG 공시가 도입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들은 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올해 초에는 거래소가 글로벌 기준을 참고해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송 본부장보는 "상장 기업에 대한 ESG 공시규제는 점점 강화될 것"이라며 "시행 단계에서는 여러가지 쟁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