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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기술이 국가 생존무기"

[2022 키플랫폼] 정병선 KISTEP 원장, '과학기술 혁신정책' 발표

김인한 | 2022.04.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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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 과학기술 특별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가 간 패권경쟁 패러다임이 군사·안보에서 기술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른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기술 패권) 시대의 부상이다. 특히 한국이 미국·중국 패권경쟁 속에서 양자 택일을 강요 받지 않으려면 윤석열 정부 5년간 기술 확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 '특별세션1-과학기술: 앞으로 5년, 한국 과학기술의 결정적 미래' 에서 "패권경쟁 패러다임이 군사와 경제에서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리적인 관계가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地政學) 시대를 넘어 기술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과학기술 혁신정책'에 대해 발표하며 "경쟁우위 기술인 반도체, 배터리, 2차전지 등을 전략무기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략기술 선정과 개발, 핵심인력 양성, 국제 표준화 등 종합적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원장은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위기 요소로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기후변화 △국내 저출생·고령화 심화 △사회격차 확대 등을 꼽았다. 이 위기 모두 과학기술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국가 연구개발(R&D) 100조원 시대에 맞는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R&D 100조원 시대'…민간·임무중심 탈바꿈 절실


그는 "현재까지 과학기술 정책은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가 중점이었다"며 "그러나 민간 역량과 투자가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R&D 투자는 사회문제 해결과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R&D 100조원 시대(정부 30조원, 민간 70조원)를 열었다. 그동안 한국 과학기술은 1960년대 추진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정부 주도로 발전했지만 최근 R&D 역량이 민간이 정부를 능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 원장은 정부 과학기술 정책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사회문제해결형, 민간수요 지향형 등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민간 투자와 혁신을 견인하는 수요 기반 혁신정책과 민·관 협력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며 "기업 R&D와 혁신활동 진작을 위한 R&D 조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기술·신산업 분야는 선(先)시행 후(後)보완 방식으로 규제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구감소시대 과학기술 인재 육성도 혁신해야"


정 원장은 국내 위기 요소로 저출생·고령화를 꼽으며 과학기술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감소에 따라 '고급인력 양성과 글로벌 혁신인재 유입 촉진'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산업 수요·통계 기반의 이공계 인력 육성은 물론 진로 지원 강화가 필요한 시대"라면서 "이를 위해 학생 연구원 처우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박사후연구원 등 전용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배출한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의 국내 노동시장 유입 지원을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들의 국내 구직활동을 위한 체류기간 연장(최대 3년) 등 관련 규제·제도 개선과 중소·중견기업 일자리 연계가 미래를 위해 대비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임무중심형 R&D로 국가 10대 난제 해결"


KISTEP은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로 이날 정 원장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국가 10대 난제 해결을 위한 '임무지향형 R&D'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10대 난제는 △감염병 △미세먼지 △기후변화 △고령화 △폐플라스틱 △재난·재해 △독성물질 △저출생 △난치성 질환 △취약계층 생활 복지 등이다. 정 원장은 "난제별 민간전문가를 두고 주관부처와 책임연구기관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가 임무 대응 핵심 기술 분야를 토대로 임무별 담당 출연연 지정을 통한 거점기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책연구기관 연구 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기술이전·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술이전이 이뤄지려면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의 전문성·독립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원장은 "분야별 출연연 공동 TLO 설립을 통한 인력의 전문직군화를 통한 기술·사업·시장 인텔리전스 기능 보유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관련 분야 사업화 우수기업 매칭을 통해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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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선정한 'Think 2022 15대 과학기술혁신정책 어젠다'. /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