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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떨려서' 42년 만에 은퇴한 치과의사…"설레는 노년" 비결은

[2022 키플랫폼]치과의사에서 배우로 변신한 이동찬 배우

유승목 | 2022.04.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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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찬이 28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2 키플랫폼'에서 '설레는 노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노년의 설렘과 행복은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주위와 소통해야 해요. 경제적 노후 대책을 세우고, 나이 들어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을 배우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문화적 취미를 가지세요. 그러면 노후가 그리 허망하진 않을 겁니다."

70대 노년의 '신인 연기자' 이동찬 배우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 '특별세션2-새로운 노인의 탄생'에서 이 같이 말했다.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은퇴 후 삶을 두려워하는 '예비 노인'에게 그는 설레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2000년 339만 명이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0년 815만 명으로 2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태어난 인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노인 인구에 편입되며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퇴 후 찾아온 '황혼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년층도 늘어나고 있어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찬 배우도 갑작스럽게 다가온 노년의 삶에 적응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겪었다. 42년 간 치과의사로 살아온 그는 '손이 떨리고 눈이 어두워서' 일터였던 치과를 닫고 은퇴했다. 이 배우는 "치과를 접고 집에서 쉬게 됐는데, 3개월 정도 지나니까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왜 이렇게 사는거지' 싶고 우울감이 오더라"며 "무언가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과의사로 사느라 마음 한 켠 묻어둬야만 했던 '배우의 길'을 꺼냈다. 대학 시절 즐겼던 연극을 떠올린 그는 70대의 나이에 신인배우로 데뷔했다. 그러자 우울감과 무기력감이 씻은듯 사라졌다. 이 배우는 "나이들어 하는 도전이 쉽지는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두려움보단 설렘이 찾아오더라"며 "촬영장소에서 열정적으로 사는 젊은 친구들과 소통을 하면 나도 저절로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노년이 허망하기만 한 시간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봄에 피는 꽃이 가을에 다시 꽃망울을 틔우는 '막핀꽃'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열정을 되찾으면 노인의 삶도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배우는 "보통 우리 나이 또래들은 손자손녀나 죽음에 대한 얘기나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소통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설렘과 행복을 얻는다"라며 "그러면 노후도 그리 허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