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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나는 스타트업, 배신자 낙인 대신 박수 쳐줘야"

[2022 키플랫폼]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이재은 | 2022.04.2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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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이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2 키플랫폼'에서 '유니콘 : 뉴노멀에서 노멀로'를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16년 '유니콘 기업'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길 땐 유니콘 기업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즉 뉴노말(New normal)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유니콘 기업이 너무 많이 나타나 일상화됐습니다. 노말(Normal)이 된거죠."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2 키플랫폼'(K.E.Y. PLATFORM 2022) '총회2' 기조강연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삼성물산 그룹기술사업팀장으로 세계를 누비며 해외기술이전과 벤처투자에 수년간 몸담았던 유 원장은 대한민국 유니콘 생태계 관련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유 원장은 차의과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을 비롯해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유 원장은 "지난해는 '유니콘 기업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의 유니콘 기업이 쏟아졌다"며 입을 열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혹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다. 뿔이 하나 달린 전설의 동물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나 존재할 만큼 놀라운 실적을 보이거나 우수한 기술력, 성장 가능성을 통해 기업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붙은 명칭이다.

지난해 유니콘 기업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코로나19에 대한 반작용으로 비대면 산업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수혜를 입은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변모한 덕이다. 특히 핀테크(FinTech), 배달, 유통, 정신건강, 노화방지 등의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다수 탄생했다. 유 원장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700~800개의 유니콘 기업이 만들어졌다"며 "유니콘 기업 탄생이 일상적인 일로 변모했다"고 분석했다. 유니콘 기업이 크게 늘면서 현재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헥토콘(1000억 달러 이상) 등의 기업들도 많아졌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한국에도 유니콘 기업이 대거 탄생했다. 유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엔 25~30개 수준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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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이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2 키플랫폼'에서 '유니콘 : 뉴노멀에서 노멀로'를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만 유 원장은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나 성장 그 자체보다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Exit)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으로 회수하지 못하는 유니콘 기업은 결국 '좀비콘'(Zombie+Unicorn) 수순을 밟게된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회수를 통한 성공적 유니콘 기업, 즉 엑시콘(Exit+Unicorn)이 늘어나야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회수에 대한 기대감을 통해 스타트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고, 활발한 회수를 통해 창업자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연쇄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유니콘 기업들은 여타 선진국들의 유니콘 기업들에 비해 M&A를 통한 회수 사례가 적다"며 "스타트업들은 초기부터 M&A를 염두해 가능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홍보하고 알려야하고,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국내 시장은 규모적 한계가 있다며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애플 시가총액은 이날 새벽 종가 기준 약 3400조 원인데, 우리나라는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의 모든 기업 2498개의 시가총액을 다 합쳐도 2459조 원에 불과하다"며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한다"고 했다.

유 원장은 "스타트업이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플립'(Flip·본사 해외 이전)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플립한 기업을 배신자로 보는 대신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한다"고 말했다. 즉 국내 시장 자체가 작거나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조건으로 플립을 내거는 경우 등이 있어서 플립하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은데, 이들은 선례가 적어 현실적 어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나쁜' '배신자' 꼬리표가 붙어 이중고를 겪는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때문에 '절름발이 스타트업'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새 정부는 국수주의 프레임을 깨고 규제를 많이 없애서 스타트업이 글로벌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