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소비자 부문 분리 나선 J&J…제약·의료 비즈니스에 집중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톡 스캐너 #6 - "존슨앤드존슨"

김상희 | 2022.08.28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image
존슨앤드존슨 존슨즈 베이비 파우더/사진=flickr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추억의 화장품이 있다. 학생들의 색조 화장이 금기시되던 시절, 기초화장만으로도 피부를 화사하고 매끄럽게 가꿔주는 기능이 부각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존슨앤드존슨의 클린앤드클리어다.

존슨앤드존슨 하면 클린앤드클리어 외에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들이 많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베이비파우더를 비롯해 존슨즈 베이비 로션과 오일 등의 제품은 해당 제품군의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또 광고에서의 강렬한 영어 발음이 화제가 돼 각종 패러디가 등장하기도 했던 뉴트로지나의 폼 클렌저도 인기 제품이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진통·해열제 타이레놀, 구강청결제 리스테린을 비롯한 수많은 인기 브랜드와 제품을 보유한다.

이처럼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자 제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사실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의료 기업으로 더 알려져 있다. 국내에 처음 투여되기 시작한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얀센도 존슨앤드존슨의 회사다. 존슨앤드존슨의 시가 총액은 4394억 달러로 세계 12위, 제약업체 중 1위(26일 기준)다.

2021년 기준 존슨앤드존슨의 소비자 부문 글로벌 매출액은 146억 3500만 달러로, 전체 매출 937억 7500만 달러의 15.6%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는 제약과 의료기기, 진단 분야에서 수익을 냈다.



강력한 인지도에도 정체한 매출…J&J, 소비자 부문 분리 추진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말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역량 집중과 경영 효율화 등을 목적으로 소비자 부문을 분리한다고 밝혔다. 분사는 18~24개월의 기간을 거쳐 완료할 예정이며, 존슨앤드존슨이라는 사명은 의료 부문이 가져가고 베이비 로션 등을 취급하는 소비자 부문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존슨앤드존슨의 분사 결정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글로벌 제약회사의 연이은 사업 나누기 흐름과 같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머크가 여성 건강 주력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오가논의 분사를 발표했고, 최근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이 소비자 건강 관리 부문을 할레온으로 분사했다.

사업 분할과 함께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유망 신약을 개발하는 벤처나 중소 제약사들을 M&A(인수합병) 하는 것도 업계의 새로운 동향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사업 분할이 결국은 M&A를 위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분할된 소비자 부문의 상장 등을 통해 M&A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image
제약회사 입장에서 소비자 부문은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다. 반면 신약은 개발에 성공하면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고 수익성도 높다. 실제 존슨앤드존슨의 경우도 소비자 부문 매출은 수년간 정체인 것에 반해 제약 부분은 급성장하고 있다.

M&A를 하는 이유는 신약 개발 과정이 매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성공 확률도 낮기 때문이다. 신약은 매우 낮은 확률로 신물질을 찾아내고 어려운 개발 과정을 거쳐 수차례의 임상 실험과 까다로운 허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벤처나 중소 제약사를 인수하면 이러한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이고 비용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머크는 폐동맥 고혈압 잠재 치료 물질과 관련해 115억 달러를 들여 악셀론 제약을 인수했고, 화이자는 다발성 염증성 질환 등에 활용되는 경구 스핑고신 1 인산 수용체 관련 기업 아레나 제약을 67억 달러에 사들였다. 또 노보노르디스크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제2형 당뇨병, 비만 및 희귀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RNAi 후보군을 연구한 디체르나를 33억 달러에, 사노피가 코로나 백신으로 주목받은 mRNA 기술과 관련해 트랜슬레이트 바이오를 32억 달러에 인수를 진행한다.



성향에 따른 맞춤 투자 가능해진 투자자들


글로벌 제약회사의 분사는 투자자들에게도 보다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과 소비재는 고객층부터 핵심 파트너, 핵심 자원, 핵심 활동, 비용 구조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성격이 다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비즈니스는 리스크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투자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충족시키 데는 어려움이 있다.

image
존슨앤드존슨 회사 전경/사진=flickr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제약 부분의 고위험성이 걸리고, 반대로 공격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에게는 소비자 부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는 향후 회사가 분할되면 제약·의료기기 법인인 존슨앤드존슨 주식과 소비자 사업 관련 새로운 기업의 지분을 모두 소유하게 된다. 각 분야에서 시장의 선두주자인 두 개의 상장 기업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양사 중 자신의 투자 성향,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업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 수익성 등에 따라 원하는 곳에만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루이스 첸 상무는 언론에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기업들이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대형 제약회사가 비핵심 자산을 분리하는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분리된 각각 회사의 독립적인 수익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데 따른 (투자 관련)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