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스토리두잉'의 힘…레드불, 음료 회사에서 미디어 기업으로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1 - "레드불"

김상희 | 2022.09.25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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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윙수트/사진=레드불 홈페이지
2012년 10월 14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눈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지상 39km 상공. 우주와도 같은 그곳에서 비행 캡슐의 출구 난간에 선 채 까마득한 아래의 지구를 내려다보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손 경례를 한 뒤 땅을 향해 뛰어내렸다.

낙하는 4분이 넘게 이어졌다. 높은 압력과 급격한 회전으로 정신을 잃을 고비가 수차례 찾아왔다. 인류 최초로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하며 지상을 향해 다가오던 바움가르트너가 낙하산을 펴고 지상에 무사히 도착한 후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불끈 쥐자 관제센터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형 프로젝트에서 바움가르트너만큼 주목받은 게 있다. 바움가르트너의 헬멧과 옷, 낙하산 등 곳곳에서 노출된 레드불의 로고다.

'레드불 스트라토스'로 이름 붙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레드불은 약 5000만 달러를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성공으로 얻은 마케팅 효과가 6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한다.

레드불 스트라토스는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 중 역대 가장 많은 800만 명이 시청했다. 바움가르트너는 트위터 인기 검색어에서 할리우드 스타, 빌보드 가수,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제쳤으며 페이스북에서는 관련 내용 업로드 40분 만에 3만 회 공유, 22만 추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게릴라 홍보·클럽 공략 등, 젊은 층 대상 마케팅 주효


레드불은 세계 1위 에너지 음료 기업이다.

오스트리아의 사업가 디트리히 마테시츠는 1982년 여름 태국 출장에서 시차로 힘들어하던 중 현지 음료인 끄라팅 댕을 마시고 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음료의 효과를 보고 사업화를 구상했지만 처음 에너지 음료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소개했을 때 반응이 좋지 않았다. 유럽의 투자자들은 낯선 음료의 시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마테시츠는 50만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끄라팅 댕에서 50만 달러를 투자 받아 유럽에 현지화 한 제품을 선보였다. 끄라팅 댕은 태국어로 붉은 황소를 의미하며, 레드불 역시 로고와 명칭을 그대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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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 마테시츠는 에너지 음료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에너지 음료의 이미지에 맞는 젊은 층에 주목했다.

레드불은 커다란 레드불 캔을 부착한 차량으로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 번화가를 찾아 무료로 음료를 나눠주는 행사를 비롯해 대학의 축제, 대학생들의 파티 등을 적극 후원하는 저비용 마케팅부터 시작했다. 또 젊은 층이 많이 모이며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클럽도 집중 공략했다. 클럽 프로모션에 집중하며 공급을 늘리면서 레드불과 예거마이스터를 섞는 예거밤이 클럽 최적화 칵테일로 입소문을 타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늘었다.



아드레날린 폭발…익스트림에 눈 돌린 레드불


이후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 하면 연상되는 아드레날린, 모험, 익스트림 등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후원했다. 특히 자칫 선수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후원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은 윙수트와 같은 극한의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대대적으로 지원하며 이 분야 대표 후원사로 자리매김했다.

레드불은 단순히 젊은 층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서 익스트림을 활용하지 않는다. 스토리두잉(storydoing)으로 레드불의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한다.

스토리두잉은 브랜드·마케팅회사 코컬렉티브의 창업자 타이 몬태규가 2013년 창안한 용어로, 기업·제품 관련 스토리를 대중에게 알리는 스토리텔링에서 더 나아가 스토리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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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F1/사진=F1 홈페이지
레드불은 스토리두잉을 실행하는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레드불은 단순히 에너지 음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음료를 통해 느끼는 '한계에 대한 도전' 경험을 판매한다. 레드불이 후원하는 스포츠 이벤트들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의 이야기, 그 꿈을 실현 시켜 주기 위해 함께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극한의 스포츠를 보면서 소비자들은 몰입한다.

이러한 스토리두잉은 실제 제품 판매와 수익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2020년 기준 레드불 1캔의 제조 비용은 약 0.09달러 수준이지만 캔당 평균 도매가격은 1.87달러, 권장 소매가격은 3.59달러로 큰 마진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레드불은 2019년 75억 캔 판매로 60억 달러의 수익 창출했으며, 지금도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마케팅에 재투자한다.



레드불은 음료 회사 아닌 미디어 기업


한편에서는 레드불이 에너지 음료라는 단일 상품에 대한 의존이 매우 크다는 점을 리스크로 꼽기도 한다. 특히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카페인의 에너지 음료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는 것도 레드불에게는 불리한 요인이다.

하지만 레드불과 시장에서는 이 문제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레드불은 음료 회사가 아닌 미디어 회사로 변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특정 영역에 대해 많은 후원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며 강력하게 구축한 브랜드와 그동안 축적한 콘텐츠가 새로운 수익원이 됐기 때문이다.

2007년 설립한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는 다른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레드불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TV, 영화 등 영상뿐 아니라 매거진, 음악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는 현재 연간 약 2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마테시츠는 "레드불은 원래 미디어 회사인데 어쩌다 보니 에너지 음료를 팔게 됐다"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