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디자인 본질은 문제 해결…스토케, 가구회사에서 유아용품 회사로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6 - "스토케"

김상희 | 2022.11.06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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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케 트립트랩에 앉은 아기 모습/사진=스토케 홈페이지
자동차에 롤스로이스, 벤틀리, 벤츠 등의 고급차 브랜드가 있듯이 아이들이 타는 유모차에도 부가부, 에그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다. 노르웨이 브랜드 스토케도 그중 하나다.

이처럼 스토케 하면 고급 유모차가 떠오르지만 유모차만큼 널리 알려진 제품이 또 있다. '트립트랩'이라는 이름의 유아용 식탁 의자다.

지금은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로 인식되는 스토케는 사실 가구회사였다. 트립트랩도 유아용품 회사가 아닌 가구회사로서 선보인 제품이다.

1932년 노르웨이의 게오르그 스토케가 설립한 스토케는 특유의 디자인 역량으로 가구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디자인은 스토케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주요소로, 노르웨이에서 사내 디자이너를 처음으로 고용한 가구 회사도 스토케다. 1956년 출시한 의자 스윙스타의 경우 눕기 각도 조절, 360도 회전 기능 등 당시 의자들에서 찾을 수 없던 혁신적인 디자인과 이에 따른 새로운 편안함으로 베스트셀러 제품이 됐다.


아기 의자·침대에서 유모차까지…가구회사에서 유아용품 회사로 변신


1972년 디자이너 피터 옵스빅이 디자인한 트립트랩은 첫 출시 때부터 기존 의자들과는 다른 독창적 디자인과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앉았을 때 편하고, 발판과 시트를 조절할 수 있어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유아 식탁 의자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이지만 청소년, 성인이 이용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JPMA(아동 제품 제조업자 협회) 인증, 국제 표준화 기구인 ASTM의 안전 기준 충족, EU 목재 규정을 준수한 원목으로 유럽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 등이 육아를 하는 부모들의 선호 요인으로 작용하며 첫 선을 보인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아 의자 중 최고 인기 제품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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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트랩의 성공을 바탕으로 스토케는 유아 제품군 확장을 위해 아기침대인 '슬리피'를 출시했다. 침대는 직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타원형 디자인의 슬리피 역시 아기 성장에 따라 변형과 확장이 가능하다. 또 유럽산 너도밤나무를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점 등도 스토케의 고급화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스토케는 2003년 유모차를 선보이며 유아용품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트립트랩과 슬리피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활용성으로 인기를 얻었듯 스토케 유모차 '익스플로리'도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된 혁신적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기존 유모차들에서 아이들이 낮은 곳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익스플로리는 시트의 높이를 높여 부모와 더 가까이서 마주 보며 유대감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트립트랩과 슬리피, 익스플로리로 유아 용품 시장에 자리를 잡은 스토케는 2006년 아동용 제품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을 옮기며 유아용품 전문 기업으로 변신했다. 현재 스토케는 80여 개국에서 유아용품을 판매 중이며 최근에는 독일의 아기띠 브랜드 리마스, 이탈리아의 어린이 테이블 브랜드 무카코, 프랑스의 유모차 브랜드 베이비젠, 덴마크의 아기의자 브랜드 에보무브 등을 잇따라 인수해 유아 용품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디자인 핵심 역량은 창의력 아닌 문제 해결 능력"


이처럼 스토케는 혁신적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가구회사에서 유아용품 기업으로 변신했다.

미시간대학 비즈니스스쿨의 프라할라드 교수와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게리 하멜 교수가 발표한 '핵심 역량 이론'에 따르면 기업에 있어 기존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장은 '화이트 스페이스(빈 공간)'로 분류된다. 비즈니스에서 화이트 스페이스는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요구를 발견해 혁신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추구해야 할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

스토케는 혁신적 디자인이라는 역량을 통해 유아용품 시장이라는 화이트 스페이스에서 기회를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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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케 유모차 '익스플로리'/사진=스토케 홈페이지
디자인이 핵심 역량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미적으로 뛰어나거나 새롭다고 해서 핵심 역량이 될 수 없다.

일리노이 공과대학 디자인 학부의 크리스 콘리 교수는 '인공의 과학(The Sciences of the Artificial)을 저술한 허버트 사이먼의 말을 인용해 디자인을 '기존 상황을 선호하는 상황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콘리 교수는 "디자인의 핵심 역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교육자는 '창의력'이라고 대답한다"며 "또 '다른 사람들의 혁신을 돕는다', '그림을 그리는 능력', '일을 잘하고 보기 좋게 만드는 것' 등의 답변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로는 디자이너가 실제로 하는 일의 본질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은 너무 일반적이며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고, 그림 그리기 능력과 같은 기술은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 자체가 디자인 역량을 구성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콘리 교수는 디자인의 핵심 역량에 대해 △주어진 문제에서 광범위한 가능성을 인식하는 능력 △다양한 추상화 수준에서 작업할 수 있는 능력 △정보를 얻기 전에 솔루션을 모델링하고 시각화하는 능력 △여러 대안을 작성하고 평가하는 문제 해결 접근법 △각 요소가 전체로 통합돼 가치를 더하거나 유지하는 능력 △ 솔루션과 콘텍스트 간의 관계를 식별하고 대응하는 능력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형식을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스토케는 회사의 철학이 '항상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되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좋은 출발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가족 간의 유대, 친밀감 형성을 해결 과제로 내세운다. 스토케에 있어 디자인도 이러한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활용되는 것이다.

라스 마이럽 스토케 아시아태평양지역 시니어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토케가 유모차 시장의 명품으로 불리지만) 명품은 소수의 부유한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반면 스토케 제품들은 모든 부모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교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자녀와 부모 사이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헌신이 스토케의 가장 가치 있는 품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