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지퍼가 30조라고?…"하찮게 보지말라" 치열한 글로벌 전쟁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8 - "YKK"

김상희 | 2022.12.11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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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K 지퍼/사진=YKK 홈페이지
옷을 입고 가방을 잠그는데 사용하는 지퍼는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물건 중 하나다. 평소에는 작은 부속품에 불과하다 여기며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지퍼는 중요 부품이다. 고장이라도 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며 지퍼 하나가 망가져 옷이나 가방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퍼의 글로벌 시장 역시 만만치 않다. 2028년이면 240억 달러, 우리 돈 30조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큰 시장이다. 그만큼 세계 주요 공급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시장은 전통의 강자인 일본 기업 YKK를 중국 기업들이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절대 강자 YKK vs 가격 경쟁력 내세운 SBS


YKK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옷, 가방 등에서 YKK 로고가 찍힌 지퍼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앞서 세계 지퍼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업은 1890년 대 지퍼를 처음으로 발명한 미국 기업 탈론이었다. 하지만 YKK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며 업계 리더로 자리 잡았다.

후발 주자인 YKK가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데는 리바이스에 납품하게 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탈론 등 다른 지퍼 기업들이 지퍼만 납품한 것과 달리 YKK는 지퍼에 더해 옷에 지퍼를 부착하는 기계까지 개발해 함께 판매했다. 옷에 지퍼를 다는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던 리바이스의 요구를 충족시켜준 것이다. 이미 유명 의류 브랜드였던 리바이스에서 사용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에 납품하게 된 것도 기술력을 검증한 계기가 됐다. YKK는 우주복에 달리는 지퍼를 만들어 공급했고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갈 때 입은 우주복에도 YKK 지퍼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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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지퍼/사진=SBS 지퍼 홈페이지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지만 한때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를 넘기던 것에 비하면 그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다. 여느 산업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퍼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이 부상하며 YKK를 위협한다.

1990년대 들어 중국 기업들은 저가 물량 공세로 자국 시장부터 시작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SBS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넘기며 업계 2위 자리까지 올랐다.

YKK도 시설 투자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YKK 엑셀라 등 고가 제품군을 선보이며 중국 기업들에게 취약한 하이엔드 시장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퍼 시장도 명품 의류 시장과 동일하게 그들만의 시장이 만들어져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 해당 시장은 스위스의 리리, 이탈리아의 람포와 라카니 등이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 눈 돌리는 의류 업계…고객 요구에 발맞추는 지퍼 기업


이런 상황에서 YKK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회사의 핵심 경영 방침으로 내세웠다. 최근 산업을 불문하고 부는 ESG(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킴으로써 고객 확보를 하기 위해서다.

YKK는 지난해 발표한 6차 중기 경영 계획에서 경영 방침을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정해 발표했다. 슬로건은 앞선 5차 중기 전략에서 사용한 '더 나은 제품을 더 낮은 비용과 더 빠른 속도로'에 '더 지속 가능하게'를 추가했다. 5차 중기 경영 계획에서의 핵심 방침은 '기술 중심의 가치 창출'이었다.

이처럼 지속 가능성이 회사 전체를 이끄는 핵심 방침이 된 것은 주 고객인 의류 업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의류업은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유행을 타는 대표적 제품으로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버려지는 옷이 많다. 더욱이 유니클로, 자라 등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는 SPA( 의류기획,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옷 교체 주기도 빨라졌다. 또 섬유 자체도 염색 등으로 폐수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인데다 대다수의 소재는 천연 소재가 아닌 석유화학 제품이다.

이렇다 보니 환경을 생각하는 최근의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의류 업계는 친환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경우 제로 탄소와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을 진행한다. 헌 운동화와 의류를 세탁한 후 기부 또는 재활용하거나,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리페어, 더 이상 신지 않지만 잘 관리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리퍼버시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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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K 지속가능성 비전 2050/사진=YKK 홈페이지
YKK는 6차 중기 계획에 따라 65억 엔을 지속 가능성 관련 분야에 투자한다.

분야별로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회사와 공급망에서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50%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료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 천연 유래 소재 등 지속 가능한 소재로 100% 전환하고 포장재도 지속 가능한 제품을 사용한다. 폐기물 재활용률은 9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밖에 ZDHC(유해화학물질 제로 배출협회) 등의 표준과 인증 기반으로 수자원과 화학 물질을 관리한다는 목표다.

물론 SBS도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SBS도 최근 전기도금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시설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폐수가 발생하지 않는 CO2 염색 방법을 도입하고 100% 재활용 재료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부각하는데 애쓰고 있다.

요시오카 아사코 YKK 지속 가능 부서 부부서장은 "YKK는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DNA에 선한 순환, 그리고 타인에게 이익을 주지 않고 번영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철학이 내재돼 있다"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외부 단체와 협력해 지구 환경과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