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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속 가속화하는 글로벌 군비 경쟁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22 - "글로벌 군비 경쟁"

최성근 김상희 | 2023.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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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병사가 러시아 군을 향해 폴란드 제 크랩 자주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군비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목격한 유럽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방위비 예산 확대를 추진한다. 미중 갈등 속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변 국가들의 군비 증강 계획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세계 군비 지출은 2021년 사상 최고치인 2조 1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미국은 GDP의 3.5%인 8010억 달러 군비 지출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2930억 달러), 인도(766억 달러), 영국(684억 달러), 러시아(659억 달러)가 뒤를 잇는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신냉전 구도 속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군비 경쟁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살펴봤다.



안보 불안 고조된 유럽, 적극적인 군비 증강에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NATO를 중심으로 미국 방위력에 의존해왔던 안보의 취약성이 노출됐다.

이에 전범국가로 군비 증강에 소극적이었던 독일도 180도 입장이 바뀌었다. 전쟁 발발 후 올라프 숄츠 총리는 무기 현대화에 1000억 유로를 투자해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로부터는 사드(THAAD)의 일종인 애로우-3 요격체계와 무장 드론 140기를 구입할 예정이다. 또 그동안 GDP 대비 1.3% 수준에 묶여 있던 국방예산을 2% 이상으로 증액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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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국가는 과거 소련의 침공 경험이 있는 폴란드다. 최근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내년 국방 예산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인 1380억 즈워티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5년 안에 군 병력도 현재 14만 3500명에서 30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강할 계획이다. 해외 무기 수입에도 적극 나서 K2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 방위산업체와도 20조 원 규모의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그 외에도 벨기에,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도 국방예산을 이전과 달리 대폭 증액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NATO 회원국들이 GDP 대비 2%로 방위비를 증액할 경우 연간 국방예산은 총 4000억 달러(약 4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갈등 속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군비 증강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세력 확장을 꾀하는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지난 27년간 국방비를 꾸준히 증대해 왔다.

최근 미중 갈등 속 대만 해협을 중심으로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항공모함 등 재래식 전력은 물론 탄도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전략 무기를 크게 증강했다. 또 시진핑 주석은 대미 전략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핵탄두를 2030년 1000기 수준으로 증강할 계획이다.

전범국가로 평화 헌법 등으로 군비 증강에 있어 소극적이던 일본도 달라졌다. 그간 일본의 안보는 미일 동맹과 미국 핵우산에 의존해 방위 예산이 GDP 대비 1% 수준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공세적 팽창, 북한 핵 전력 증강 등 안보 위협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군비 증강으로 여론이 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자의적인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5조 엔을 투입해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군비 확장을 추진하기 위해 2023년 방위 예산을 올해보다 1000억 엔 더 늘어난 5조 5000억 엔으로 편성하고 향후 5년에 걸쳐 2배 수준으로 증액해 GDP 2%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목표가 실현될 경우 일본은 현재 9위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군사 대국으로 올라선다.



신냉전 구도 속 심화하는 군비 경쟁, 전쟁 위험 높아질 듯


최근 미국, 중국의 갈등과 전략 경쟁이 격화하면서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신냉전'이라 일컫는다. 패권국인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 세력을 견제하고 러시아 등의 안보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동맹 국가들과 핵심 파트너들을 규합하면서 나타난 경제와 안보 상 새로운 대결구도다.

신냉전 구도가 격화할수록 군비 경쟁 역시 치열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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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치에서 국가 간 군비 경쟁의 근본 원인은 '안보 딜레마'에서 찾는다. 안보 딜레마 상황은 널리 알려진 게임이론 중 '죄수의 딜레마'와 유사한 개념이다. 무정부 상태 속 국가들은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국 안보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대신 군비를 증강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비 증강이 지속되면 전통적인 국제정치 이론 중 '세력균형이론'에 따라 경쟁하는 국가들의 국력(군사력)이 서로 비슷하게 유지될 경우 국가 간 전쟁 가능성은 낮아진다. 따라서 아무리 군비 경쟁이 지속되더라도 상호 간 군사력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전쟁은 억지될 수 있다. 강대국 간 핵전쟁 우려가 높아지면 '공포의 균형'에 의해 전쟁이 억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국가 간 과도한 군비 경쟁이 오히려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싱어는 "경쟁적인 군비 확장은 안보를 보장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 전쟁 데이터를 통해 강대국 간 분쟁 중 75%가 전쟁으로 이어진 반면 일반적인 분쟁은 13%에 불과했음을 보여줬다. 또 개별 국가의 모험주의적인 성향이 강할수록, 혹은 지도자의 오인이나 오판 등에 의해 군비 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