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짧게 즐기는 시대…책도 줄여본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14 - "책 요약"

김상희 | 2023.01.29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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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링키스트 홈페이지
뭐든 짧게 즐기는 시대다. 디지털 혁명을 맞아 넘쳐나는 정보와 콘텐츠를 과거처럼 느긋하게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유튜브에서는 2~3시간 분량의 영화를 10~20분으로 요약해 주는 채널이 인기다. 20여 편이 넘는 드라마도 1시간에 모든 내용을 알 수 있게 소개한다. 몇십 초, 길어야 몇 분 내에 서사를 갖춘 스토리로 재미를 주는 숏폼 콘텐츠는 대세가 됐다. 넷플릭스 등 OTT (온라인 영상 서비스)에서 영화, 드라마의 재생 속도를 1.5~2배속으로 설정해 시간을 줄이는 것도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 속에 가장 전통적인 콘텐츠 저장·전달 매체인 책을 읽는 방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독을 하려면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는 책을 10여 분 남짓 되는 시간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요약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했다.



책 권수·가격·인터페이스…각자 경쟁력 내세운 요약 서비스


대표 책 요약 서비스로 꼽히는 것은 블링키스트다. 2012년 창업한 블링키스트는 2018년 시리즈C를 포함해 348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이용자가 1800만 명이 넘었고, 2020년에는 순이익 72만 8000유로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비대면·온라인 콘텐츠 이용이 증가한 것의 효과도 누렸다. 블링키스트는 2020년 재무제표에 "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 학습 콘텐츠에 대한 비용 지불 의향이 크게 높아졌고 대안 학습 옵션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며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블링키스트는 논픽션 중심으로 책 요약 서비스를 제공하며 5000여권 이상의 책 요약본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책 요약을 위한 인적자원에 투자를 많이 해 요약본의 정교함과 정확성, 전달성이 높은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블링키스트는 약 15분 분량의 책 요약을 각 분야 전문가, 석·박사, 학자 등에게 맡긴다. 또 월 이용료 15달러, 연간 이용료 99달러 수준으로 타 서비스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블링키스트 외에도 겟앱스트랙트, 주스르, 포미닛북스, 스토리숏츠, 캐치업, 헤드웨이 등 수십여 종의 책 요약 서비스가 각각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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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겟앱스트랙트 홈페이지
블링키스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히는 겟앱스트랙트는 정확도가 높은 요약 품질 외에 2만 5000권 이상의 책을 선택할 수 있어 경쟁사 대비 콘텐츠 양에서 우위를 지닌다. 학생의 경우 5000권 이상의 책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또 다른 경쟁력은 다국어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현재 영어 외에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으로 요약을 제공한다. 다만 가격은 월 29.9달러, 연간으로 결제시 월 25달러 수준으로 타 서비스 대비 비싸다.

헤드웨이의 경우 이용 가능한 책 수는 1500여 권 정도로 적지만 타사 대비 검색이 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며 연간 결제 시 70달러 대로 저렴한 이용이 가능한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효율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최적…AI로 시장 확대 기대


사람들이 책 요약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해진 디지털 시대에 맞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정독을 하려면 최소 몇 시간은 투자를 해야 하지만 책 요약 서비스를 이용하면 10분 내외로 책 한 권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책 내용을 줄이면 세세한 설명과 묘사가 부족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줄여진 요약본은 한 권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또 요약본을 통해 다양한 책을 빠르게 탐색한 후 그중 정말로 시간을 투자해 정독하고 싶은 책은 따로 구입하거나 대여해 제대로 볼 수 있어 책을 이용하는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시간상의 이점으로 바쁜 현대 생활에서 출퇴근 시간 등을 보다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책 요약 서비스 이용 이유 중 하나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모바일 게임, SNS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책 요약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투리 시간을 보다 유익하게 보낼 수 있다. 다수의 책 요약 서비스는 요약본의 오디오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 운전을 하면서도 역사, 비즈니스, 과학 등 교양서적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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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요약본을 이용하면 책을 즐기는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보고 싶은 책을 다 구입하거나 대여하려면 비용이 적지 않게 들지만 책 요약 서비스는 월 이용료를 내면 부담 없이 수천 권의 책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구입한 책이 생각한 것과 다르거나 재미가 없어 비용과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요약본을 먼저 이용하면 이러한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부정적 이유로 책 요약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저하된 집중력에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재미가 극대화된 영화 등 영상 콘텐츠도 1~2시간을 집중해서 보지 못해 압축된 요약 서비스를 이용하고, 예능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조차 주요 장면만 편집된 짧은 영상으로 즐기는 시대인 만큼 이들보다 훨씬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책에 있어서도 축약된 서비스가 사람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설명이다.

한편 책 요약 시장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사람이 해 왔던 요약 작업을 AI(인공지능)가 대체할 날이 머지않아서다.

요약 서비스에서는 요약 품질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그간 블링키스트 등 주요 책 요약 서비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하는 등 요약을 위한 인적 자원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최근 AI 기업 오픈AI가 사람의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으로 요약의 정교함을 높이는 AI를 선보이는 등 요약본 제조 시간이 크게 줄고 요약본이 제공되는 책 종류도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