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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라는 창으로 뚫지 못할 방패는 없습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전문가 칼럼 - '신경수의 조직문화'

신경수 | 2023.03.26 06: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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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 박사(지속성장연구소)
'지식산업에 있어서 <개인의 자질 VS 팀 플레이> 어느 쪽이 더 생산성이 높은가?' 라는 테마는 OB(조직행동: Organizational Behavior)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끝이 없는 연구과제 중의 하나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젊은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개인의 우수한 자질이 더 중요한지, 팀 플레이가 더 중요한지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전문직의 대표적인 분야라 말할 수 있는 의료계와 금융계에서 생산성과 관련된 과거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2005년 6월에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했다.

먼저, 금융계를 분석한 이는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라는 교수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OB에서는 매우 유명한 교수다. 그는 서로 다른 78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주식 및 고정수익증권 분석가 1000명의 지난 9년간의 실적자료를 정밀 분석해 보았다. 거기에는 고객들의 수입과 산업부문에 대한 전문지식, 서면보고서, 서비스 및 투자상품 선택, 고객요구 응대에 걸린 시간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자료를 토대로 투자분석가의 능력을 평가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분석가가 회사를 옮겼을 때 실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적했다. 9년 동안 366명이 회사를 옮겼고, 연구진은 그 자료를 토대로 스타분석가가 새 직장에서도 계속 성공가도를 달렸는지를 확인했다. 흔히 스타분석가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적은 갖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료를 분석한 연구진은 스타분석가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 대부분은 실적이 떨어지거나 적어도 5년은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일부 스타분석가는 회사를 옮기고도 계속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단, 그들은 평소 함께 일하던 팀과 함께 회사를 옮긴 이들이었다. 혼자 이직한 스타분석가는 1위를 차지할 확률이 5퍼센트에 불과했지만, 팀과 함께 이직한 스타분석가는 1위를 차지할 확률이 10퍼센트로 혼자서 이직한 경우보다 2배가량 높았다. 그리고 이직한 팀과 부서에 능력을 갖춘 동료들이 있을 때, 스타분석가가 계속해서 최고 실적을 유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스타분석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을 때 뛰어난 동료들에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같은 주제로 의료계를 분석한 이는 로버트 허크먼(Robert Huckman)과 개리 피사노(Gary Pisano)라는 젊은 교수들이었다. 그들은 병원경영과 관련된 학문을 연구하다가 "솜씨가 뛰어난 전문의가 병원을 옮겨서도 동일한 실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심장외과 전문의 203명이 각기 다른 43개 병원에서 2년간 집도한 수술 3만 8000건을 추적 조사했다(미국의 외과의사는 우리와 달리 여러 병원에서 수술하고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자료를 분석한 두 교수는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외과 전문의는 수술 회수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시술할 때만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술하면 환자의 사망률이 떨어졌지만,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사망률이 올라갔다. 다른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술한다고 해서 없었던 실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했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간호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 습관 및 수술방식을 잘 아는 간호사들과 함께할 때, 더 익숙하게 솜씨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그 익숙함은 다른 병원으로 가져갈 수 없었다. 자료를 분석한 하버드의 두 젊은 천재교수는 "외과의사가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술 팀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보통의 상황은 어떨까? 헤드헌터로 일하는 후배에게 "스카우트 대상자를 찾을 때 '개인능력 VS 팀플레이'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가 말했다.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서 들어 갔다고 해서 모두가 인정을 받고 승승장구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대로 실력발휘 못하고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충분한 자질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실력발휘를 못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와 반대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대개 팀플레이 테크닉이 뛰어난 분들입니다."

조직성과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팀워크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팀워크의 위대한 힘을 이런 연구자료를 통해서 확인하니 더욱 더 설득력이 느껴지는 듯하다. '팀워크라는 창으로 뚫지 못할 방패는 없다'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닌 듯하다.

-신경수 박사(지속성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