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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흔들려는 국가들…실현 가능성은 "글쎄…"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31 - "달러 기축통화에 지위 흔들려는 국가들"

최성근 김상희 | 2023.04.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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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 강화 전망으로 달러 선호심리가 강해졌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0원 오른 달러당 125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해 2월26일(15.7원)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크다. 2022.6.8/뉴스1
G2 국가로 성장하며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국을 비롯해 권위주의 국가 등 일부 국가들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려는 시도를 이어간다. 이들은 달러가 세계 무역 질서를 지배하는 상황에 반발하며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과 실현 가능성을 짚어봤다.



위안화 사용 늘리는 브릭스


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상하이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찾아 "나는 매일 밤 왜 모든 나라가 그들의 무역 결제를 달러에 기초해야 하는지 자문한다"며 "달러가 세계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은 설립 초기부터 회원국 간 무역 결제에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의 변동성이 전이되자 단일 기축통화 체제를 대체할 '초국가 통화' 출범을 추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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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 로이터=뉴스1) 최서윤 기자 = 2019년 11월 14일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 신흥 5개국정상회의 기념사진.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 국가들은 2018년부터 무역 결제를 위한 공동 디지털 화폐 개발을 논의했으며, 현실적 대안으로 국제통화로서 비중이 커진 중국 위안화 사용과 위안화 결제 시스템 CIPS 확대를 추진한다.

중국과 브라질은 지난 3월 양국 간 수출입 결제와 금융 거래 등에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인 위안화와 헤알화를 쓰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5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도 위안화 결제 확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러시아의 수출 대금 중 중국 위안화 결제는 전쟁 직전 0.4%에서 16%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를 넘었던 달러화 결제 비율은 30%대로, 유로화는 30%대에서 20%대로 줄었다.

미하일 바실리예프 소브콤뱅크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부 러시아 대기업은 이미 중국과 위안화 거래로 완전히 전환했으며, 달러와 위안화 사용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페트로 달러 체제 흔드는 중국


미 달러화 패권의 균열 시도는 중동에서도 벌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안보에 대한 대가로 석유의 달러 거래를 약속하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중국의 교역 비중이 커지고 달러로만 결제했던 석유 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시도하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사우디 석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일일 200만 배럴까지 수입했지만 셰일 혁명 등으로 지난해에는 50만 배럴까지 축소됐다. 중국은 사우디산 석유를 하루 176만 배럴 가량 수입하면서 사우디 원유 최대 수입국이 됐다. 2021년 기준 중국과 사우디 간 무역액은 873억 달러에 이르며 이중 석유 수입이 77%를 차지한다. 사우디가 수출하는 석유의 25%가 중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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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GCC(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수출입은행이 양국 간 무역 관련 자금 공급을 위해 사우디 국영은행과 첫 위안화 대출 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며 양국 관계를 격상시켰고, 중국의 '일대일로'와 사우디의 '비전 2030'을 융합해 발전시키는 '일치 계획' 협정에도 서명하는 등 양국 관계가 더욱 밀착하며 교역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양국 간 위안화 거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개방성·신뢰·유동성 공급…달러화, 확고한 지위 확보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위상이 커지고는 있지만 달러화의 지위를 흔들거나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한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국가 간 무역과 자본 거래를 위해 널리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외환과 채권 시장을 투명하게 개방해야 한다. 현재 중국 경제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최대 부동산 업체인 헝다 그룹 파산 사태는 중국 위안화의 불안정성과 중국 금융 시장의 폐쇄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통화 가치 측면에서도 글로벌 자산 시장의 대부분이 달러화 기준으로 책정돼 있다. 위안화가 이를 대체하기에는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부족하다. 보유한 달러화 자산을 포기하고 위안화 표시 자산을 보유하려는 국가는 없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시장 환율보다는 인민은행의 정책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점도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기축통화는 외화준비금으로 세계 각국이 안심하고 보유하며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국으로서 안정적인 통화 유동성 공급자가 되기 어렵다. 또 정부가 경제와 금융을 통제하는 사회주의 국가로 필요에 따라 위안화의 국외 유출도 제한한다.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교 교수는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중국은 급격한 자본 유출과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본 시장 개방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개방된 자본 시장이 없다면 위안화는 글로벌 기축 통화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