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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튀르키예 대선의 의미와 결과가 미칠 지정학적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20년 독재 에르도안…경제·지진에 입지 '흔들' 의원내각제 시절 총리부터 개헌을 통한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 선출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은 20여 년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사실상 독재를 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해 왔지만, 올해 선거만큼은 최대 위기로 불릴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 인상 대신 금리 인하를 추진했다.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를 2명이나 교체하면서 기준금리를 10% 포인트 이상 낮췄고, 그 결과 리라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60% 이상 폭락했다. 이로 인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와 각종 수입품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튀르키예 물가 상승률은 85%에 달했으며, 올해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생활고에 직면한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부 지역을 강타한 지진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악재다. 수만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이번 지진에서 부실 건축물, 미숙한 지진 피해 대응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주요 피해 지역인 남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다는 점에서 재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 후보에 뒤지는 지지율…쏟아내는 포퓰리즘 정책, 언론 장악 시도까지 이번 대선에서는 두 명의 유력 후보를 포함한 총 3명의 후보가 경쟁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자에 대한 2차 투표가 28일에 실시된다.
지난달 현지 10여 개 기관에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44.4%로, 47.5%의 지지를 받은 야당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 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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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대선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십 만명의 군중들이 선거 집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야당과 언론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튀르키예 경찰은 테러 단체로 규정된 쿠르드 노동당(PKK) 연루 정치인, 변호사, 언론인을 대대적으로 체포했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밝힌 인민민주당(HDP)의 전 지도자를 대통령 모욕, 공무원 위협 혐의로 구금하고 정부의 지진 대응과 여성 정책, 비리 등을 보도한 언론사 5곳에 총 54건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올해 중임에 성공한다면 임기 말 조기 선거를 치러 2033년까지 30년 장기집권도 바라볼 수 있다. 만약 패배한다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에 불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대선 결과, 권위주의 연대 강화·EU 가입·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 튀르키예 대선 결과는 글로벌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 시 중국 등 권위주의 연대와 밀착함으로써 반미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2개 미군 공군기지가 주둔 중이며 러시아 흑해함대와 이란을 견제하는 지중해 1차 방어선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와 권위주의 연대와의 밀착은 서방 세계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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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정윤영 기자 =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 피해를 입은 남부 카라만마라슈 지역을 방문한 뒤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EU 가입 문제도 달라진다. 그간 EU는 인권 보호와 기본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에르도안 독재 정권의 가입을 불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EU와의 갈등도 계속되고, 반대로 법치주의, 언론 자유, 사법부의 탈정치화 측면에서 자유화 개혁을 추진하는 야당이 집권하게 될 경우 중단됐던 EU 가입 협상이 재개되며 EU와의 관계도 회복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참여를 거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는 핵심 무기체계인 '바이락타르 드론'을 공급했다. 또 우크라이나 곡물이 수출이 봉쇄된 홍해를 통과하도록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협상을 주도했다.
에르도안의 재집권 시 이러한 기존 외교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도 부족하고 외교적 영향력이 부족한 탓에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친서방 노선인 야당의 집권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약화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러시아, 튀르키예, 유엔이 참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협상도 튀르키예의 중재력 부족으로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