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발칸반도 화약고 코소보…고조되는 갈등에 국제 사회도 긴장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36_"긴장감 커지는 코소보"

최성근 김상희 | 2023.06.11 08:00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image
(즈베찬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29일(현지시간) '발칸반도의 화약고'라 불리는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시청 청사 앞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코소보평화유지군(KFOR) 병력과 충돌하고 있다. 이번 시위로 KFOR 34명과 시위대 52명이 다쳤다. 2023.05.29/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코소보 지역에서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폭력 시위로 나토 평화 유지군 30여 명과 시위대 5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르비아는 즉각 최고 수준의 군 경계령을 발동해 국경 지역에 군대를 긴급 배치했으며, 나토도 폭력 사태 진압을 위해 700여 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코소보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민족 갈등의 원인을 짚어보고 코소보 내전의 역사와, 분쟁이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코소보 vs 세르비아, 오랜 분쟁의 역사


이번 코소보 폭력 시위는 코소보 정부가 추진했던 차량 번호판 교체 문제와 지방 선거 결과 등이 원인이 됐다.

지난해 코소보 정부는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세르비아에서 발급한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정부가 발급한 것으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 지시에 불응할 경우 150유로의 벌금 부과 방침을 밝혔고, 이를 주권 문제로 인식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트럭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등 코소보 정부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일들이 발단이 돼 지역의 세르비아계 시장들이 사임했고, 주민들의 보이콧에도 코소보 정부가 강행한 지방 선거에서 저조한 투표율 속에 4개 지역 모두 알바니아계 시장이 당선되면서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

이 같은 갈등이 계속되는 코소보 지역 분쟁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image
(AFP=뉴스1) 김민수 기자 = 29일(현지시간) 코소보 북부 미트로비차시 인근 루다레 지역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도로 한 가운데 주차한 트럭들을 철수하고 있다. 2022.12.29/뉴스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요시프 티토가 공산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6개 공화국(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코소보)으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세웠고, 독재 권력을 유지하던 티토가 1980년 사망하면서 각 공화국들이 분리 독립을 추진했다.

이때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분리 독립 세력을 무력으로 진압하며서 유고 내전이 벌어졌다. 민간인 학살 등 상황이 악화되자 나토가 개입을 선언하고 주요 거점들을 폭격해 세르비아 군이 철수했으며, 이를 통해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4개 공화국이 유고 연방에서 독립했다.

세르비아는 몬테네그로, 코소보 등은 하나로 뭉쳐 '신유고 연방'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코소보를 공화국에서 하나의 주로 격하시켰고, 이에 반발한 코소보 해방군이 조직되면서 무장 독립투쟁이 전개됐다. 1998년 코소보 해방군이 세르비아 경찰을 공격하자 세르비아는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섰고, 그 결과 민간인 약 1만 3000여 명이 죽고 3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미국이 중심이 된 나토는 반인륜적 행위를 규탄하며 세르비아 주요 거점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세르비아가 나토와 미국이 제시한 평화 안에 합의하면서 코소보 내전이 일단락됐고, 나토 평화 유지군이 주둔한 가운데 유엔 통치 하에 있었던 코소보는 국민투표를 거쳐 2008년 2월 독립을 선언했다.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를 세르비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또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01개국이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승인하지 않고 있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으며, EU 내부에서도 스페인, 그리스,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이 자국 분리주의 세력 자극을 우려해 독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긴장 지속 시 유럽 전체 안보 불안…제 2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


폭력 사태 등 코소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어졌다.

image
(즈베찬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30일(현지시간) '발칸반도의 화약고'라 불리는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시청 청사 앞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코소보평화유지군(KFOR) 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다. 2023.05.3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소보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발칸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유럽 전체가 안보 불안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소보까지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취약한 유럽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군사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해 EU 가입 대신 친러 진영으로 돌아선다면 보스니아 등 주변 세르비아계 거주 지역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결과적으로 유럽의 안보 질서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분쟁에 대해 세르비아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직접 병력 투입이 아니더라도 무기나 전술 지원만으로도 코소보 갈등을 전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 코소보가 미국의 강력한 경고로 시위의 원인이 된 시장 선거를 수개월 내에 다시 치르고, 북부 4개 지역에 배치된 경찰 병력을 철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긴장 완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조기 선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경찰 배치가 지속된다면 폭력시위는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