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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에르도안…경제·지정학·정치 현안에 친서방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글로벌 스캐너 #40_"주목받는 튀르키예·에르도안 외교 행보"

최성근 김상희 | 2023.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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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서 "다음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튀르키예에 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7.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에 세계가 주목한다. 그간 튀르키예는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 회원국이면서도 서방 세계와는 껄끄러운 관계였던 반면, 러시아와는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열린 나토 정상 회의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의사를 철회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서방 행보를 하는 이유와 향후 튀르키예의 외교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친서방으로 EU·전투기 구입 등 숙원 사업 해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중립국이던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나토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가입을 위해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핀란드의 가입은 동의하면서 스웨덴은 반대했다. 튀르키예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조처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이번 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웨덴의 가입을 동의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스웨덴 가입을 통해 튀르키예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튀르키예는 오랫동안 EU 회원국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권 침해 우려, EU 회원국인 키프로스와의 분쟁, 서방과의 대립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교착 상태에 있었다.

또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을 도입하면서, 미국이 튀르키예를 F-35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고 F-16 전투기 판매도 거절하는 등 전투기 도입에 차질이 생긴 문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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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 정상회의 중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 가입 반대를 철회하며 EU-튀르키예 관세동맹 개편, 비자 자유화 등의 합의를 얻어내고, 200억 달러 규모의 F-16 전투기와 기존 전투기 현대화 키트 구입도 성사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토 정상 회의와 스웨덴 가입 동의 등을 통해 서방 세계와는 친밀해진 모습을 보인 반면, 그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의 공습을 지지하며 서방과 각을 세웠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하게 러시아 제재에 반대했으며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기도 했다.

그런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토 정상 회의를 앞두고 자국 내 억류됐던 5명의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을 석방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튀르키예의 중재로 포로 1000여 명 중 일부를 석방하면서 지휘관들은 종전 시까지 튀르키예에 억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전 조율 없이 이들 지휘관들의 석방을 추진한 것이다.

이 밖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러시아 입장과 반대되는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경제·지정학·정치 등 현안에 입장 선회…장기적으로는 이중적 행보 전망


이 같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교 방향 선회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속된 경제 위기로 서방과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터키 리라화가 올해 들어서도 30% 가까이 하락했고,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선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수출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중동에서의 입지가 달라지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적대국인 이란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양국의 대립 속에 지역 맹주 역할을 했던 튀르키예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때마침 같은 이유로 중동 정책이 표류하던 미국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수렴했다는 분석이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랜 독재에 반대하는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가입 협상 재개가 여론을 달래는데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국내외적으로 입지가 약화된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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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12일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3.7.1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국제사회는 나토 정상 회의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 가에도 주목한다. 중동 전문가들은 당면한 국익을 위해 친서방 행보를 보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중적 행동을 하며 균형자로서의 입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의 리치 아웃젠 선임연구원은 "에르도안이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을 논의하기 위해 푸틴 초청을 희망하고 모스크바와 키예프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제안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통적인 튀르키예 외교 정책에 따라 계속해서 양측 사이에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루슬란 술래이마노프 카네기 재단 연구원은 "튀르키예는 모스크바와 서방과의 관계에서 유일한 중재자이자 핵심적인 경제 파트너"라며 "따라서 심각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면서 섬세한 균형 조치를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