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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최근 북러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고 푸틴 대통령 방북 시 다뤄질 의제들과 북러 밀착이 향후 한반도와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북-러, 신냉전 구도 속 전략적 동거 북러 관계 밀착 배경으로는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는 국제질서가 꼽힌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자유주의 진영과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 간 갈등이 구조적으로 심화하면서 북한과 러시아도 자연스럽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진영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목표 달성이 힘들어져 그 대안으로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략적 측면에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고, 장기화하는 전쟁에 탄약과 포탄,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가 고갈되면서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도 핵무기 개발로 오랫동안 제재를 받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강력한 후견자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원이 필수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향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중국 대신 러시아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기 원하는데 미중 경쟁에 민감한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중국과 같은 편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규 시사문예지 파도 편집장은 "김정은 입장에선 자신이 시진핑과 가깝지 않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와 가까운 푸틴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가면 24년 만의 방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그에 걸맞은 북러 간 상당 수준의 협력과 가시적인 외교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은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춰 러시아에 포탄과 탄약,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에 첨단 군사 기술 이전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나 광학기술 등이 부족해 정찰위성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핵심기술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탄두 기술을 제공할 경우 ICBM 기술이 완성단계에 이를 수 있다.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다. 북한은 7차 핵실험 강행 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우려하는데, 푸틴 대통령 방북 때 러시아의 핵실험 묵인을 선물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더 나아가 핵보유국으로서 공식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목표를 러시아가 지원해 줄 가능성도 제기한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면 군사적인 부분 외에 경제 협력도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러시아는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식량,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유엔 안보리 결의로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이 금지돼 있지만, 군수공장 노동자가 부족한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 파견 등을 논의할 수도 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교수는 "지금 푸틴 입장에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공식 인정해 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물론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완전히 파국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난을 경험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를 통해 식량난을 해결함으로써 북한 인민들에게 핵능력 강화와 함께 경제적인 치적까지 과시하면서 북한 내부 단속과 체제 결속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산 무기로 러시아가 전장에서 성과를 얻는다면 북한은 실전 능력을 검증하는 효과를 얻게 되고 향후 한반도 전쟁 준비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승리에 기여한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가 강화되고 향후 러시아의 더 많은 군사 지원을 바탕으로 한반도 안보 위기는 더욱 고조될 수 있다.
북러 관계 밀착으로 향후 동북아시아가 새로운 냉전 대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동북아시아에서 2차 냉전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한반도는 냉전이 발현될 수 있는 단층선 위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미시적인 외교와 안보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러 관계가 가까워지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동규 편집장은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 반대로 중국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볼턴과 같은 강경파들을 제외하고 북한과 핵 협상을 재개하는 동시에 북미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북한 핵무기는 한국과 미국이 아닌 중국의 위협을 방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