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글로벌 동맹 흔드는 트럼프…한미일 협력은 건들지 않을 것"

[2024 키플랫폼 - 세계 운명 좌우할 미국 대선] 레이첼 타우젠프뢴드 저먼마셜펀드 선임연구원 인터뷰

최성근 김상희 | 2024.03.20 05:30

편집자주 |  현재 전세계 각국의 외교 부처, 정보 기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망하는데 애쓰고 있다. 누가 당선될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시나리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당선시 변화 전망 등 미국 대선 이슈를 톺아봤다.
image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현지시간) 민주,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돼 4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2024.3. 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AFP=뉴스1) 우동명 기자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되면서 벌써부터 세계는 선거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두 후보의 성향과 정책 기조가 상반돼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가에 따라 미국과 국제질서는 전혀 다른 운명에 처할 수 있어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예측을 벗어나는 언행과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세계가 맞이할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4월 24~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은 미국 대선이 한반도와 글로벌 사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콘퍼런스에 앞서 키플랫폼이 인터뷰 한 레이첼 타우젠프뢴드 저먼마셜펀드 지정학분석팀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전 세계는 안보와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갈등과 대립이 커지고, 동맹 체제가 약화하면서 혼란과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했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저먼마셜펀드의 편집 이사를 역임했고, 유럽외교협회 편집장, 독일외교협회 편집자 등도 맡았다. NBC 뉴스, 슈피겔(Der Spiegel),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등 독일과 미국 언론의 해설자로도 활동 중이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가 박빙의 승부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녀는 "바이든이 지난 2020년 트럼프를 상대로 승리한 경험이 있고 현재 트럼프가 당시보다 강력한 후보가 아님을 고려한다고 해도 바이든의 승리 확률은 52%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image
레이첼 타우젠프뢴드 저먼마셜펀드 지정학분석팀 선임연구원/사진제공=레이첼 타우젠프뢴드 연구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그의 당선 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재정적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트럼프 재선 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즉각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빠른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 지역도 혼돈에 빠질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스라엘 정부를 강력하게 지지했으며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도 용인했다. 최근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강경한 대이란 정책으로 인해 하마스의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이스라엘에게 휴전에 동의하고 가자지구의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도록 하는 미국의 압박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강경한 발언과 정책으로 미군 기지나 자산에 대한 이란 지원 세력들의 테러와 공격이 늘어나면서 양국의 대립이 심각하게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글로벌 공급망을 비롯해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도 더 심화할 것이라는 게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의 생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할 경우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세금을 낮출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60%의 고율 관세를 특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트럼프 재선 시 관세와 수출 통제로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수사와 행동을 이어가면서 미중 관계의 대립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age
최근 트럼프는 방위비 부담을 다하지 않은 나토 동맹국에 대해서 미국이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발언으로 미국 중심 글로벌 동맹 체제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하지만 전쟁과 미중 경쟁, 나토 등 다른 국제적 사안에 비해 미국 동북아시아 외교 안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가장 큰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나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대해 훨씬 유연하고 개방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다만 그의 첫 임기를 돌아볼 때 트럼프의 동북아 외교정책은 상당한 변화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조건 없는 대화를 추진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최근 트럼프 진영 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핵개발을 중단할 경우 제재 완화와 경제 지원을 토대로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미 핵능력을 보유한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는 대신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북한 정권을 미국 쪽으로 유인하기 위한 트럼프의 외교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유연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북한을 향한 외교적인 노력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핵 문제에 대해 양보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한편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대선을 약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와일드카드(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일)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과 중동 정세를 꼽았다.

그는 "바이든이 선거운동 중간에 비틀거리거나 혹은 건강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킬 질병을 앓게 된다면 이는 대선 결과를 바꿔놓을 수 있다"며 "현재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전될 경우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