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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최대 변수 '美 대선', 글로벌 전문가들이 말하는 韓 대응책

[2024 키플랫폼 - 세계 운명 좌우할 미국 대선] 전문가 인터뷰 종합

최성근 김상희 | 2024.03.22 05:30

편집자주 |  현재 전세계 각국의 외교 부처, 정보 기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전망하는데 애쓰고 있다. 누가 당선될지를 예측하는 것보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시나리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은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당선시 변화 전망 등 미국 대선 이슈를 톺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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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로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산재해 있는 굵직한 지정학적 사안들의 향방이 당선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될 경우 전쟁, 통상, 기후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가치가 다른 정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는 차원을 넘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 예측하기 힘든 돌발적 언행 등으로 불확실성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4월 24~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이 행사에 앞어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트럼프 당선 시 예상되는 리스크에 철저히 대응하면서, 한미일 3각 협력의 틀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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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키플랫폼'이 인터뷰한 글로벌 전문가들. 왼쭉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루스 스톡스 저먼마셜펀드 선임연구원, 앤드류 고쏘어프 라이덴대학교 교수, 존 퀴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교수, 레이첼 타우젠프뢴드 저먼마셜펀드 선임연구원, 구민선 다트머스대학 연구원,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사진제공=각 전문가



"트럼프 재집권시 글로벌 리스크 커질 것"


미국의 글로벌 외교 전문지 '외교정책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의 존 페퍼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한반도를 바라보는 미국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페퍼 소장은 "트럼프는 정치적인 결과나 중장기적 이익에 관계없이 눈앞의 최대 이익을 얻는 데만 관심이 있다"며 "중동의 갈등은 폭발할 것이고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물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나 기후 정책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을 실질적으로 중단시키고, 중동에 대해서도 친 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이란과 미국 간 전면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기후 변화 정책도 뿌리째 뽑아내 환경 관련 규제를 없애고 대신 탐욕스러운 화석연료의 잔치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중 관계 안보 리스크가 과거 재임 시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정책 전문가인 앤드류 고쏘어프 라이덴대학교 교수는 "트럼프가 경제에 있어서는 (과거 재임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높이지만, 안보에서는 이탈과 약화의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며 "따라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과 중국, 중국과 대만의 안보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제 정세 전문가인 브루스 스톡스 저먼마셜펀드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모든 안보 동맹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기존 동맹 체제가 약화할 것을 우려했다. 스톡스 연구원은 "비록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서 탈퇴하지 않는다 해도 나토 동맹국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는 동맹 탈퇴를 위협하면서 안보 우산에 대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 정책 전문가로, 베스트셀러 '좀비 경제학'을 쓴 존 퀴긴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교수는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이는 전 세계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을 독려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승리하든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과 책임은 축소되겠지만 트럼프는 이를 훨씬 가속화하고 독재자들에게 호의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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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협력 체제 강화하고 정상 간 개인적 유대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톡스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한미일 3국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북미 관계 개선과 방위비 부담 등 한국과 일본을 향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바이든 재선 시 한국 정부는 한미일 3국 관계에서 진전된 성과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구축, 신기술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개발(R&D), 공동 투자 협력 등을 통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로 양국 교역과 투자 관계를 강화하도록 미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교정책 전문가인 레이첼 타우젠프뢴드 저먼마셜펀드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등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부담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 외교 안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는 그가 당선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타우젠프뢴드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가장 큰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나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대해 훨씬 유연하고 개방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미 양국 지도자들 사이에 개인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페퍼 소장은 "트럼프 당선 시 방위비 분담금보다 더 어려운 협상을 시도할 수 있고,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대가로 더 많은 인센티브와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쏘어프 교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군 주둔 비용, 무역 및 통상 관련해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정부는 이와 같은 사안들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도자가 트럼프와 강력한 개인적 유대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차기 바이든 정부나 트럼프 정부에 집중하기보다 대안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정책 전문가인 구민선 다트머스대학 연구원은 "국제 정치와 미국 국내 정치의 커다란 불확실성 속에서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며 "한국은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 대한 급격한 정책 변화를 완충할 수 있도록 아시아, EU, 아프리카, 남미와 같이 다른 지역에 신뢰할 수 있는 대안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