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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전성시대…"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韓 전력인프라 늘려야"

[2024 키플랫폼] 총회2(종합)_'AI 시대의 도래, K-혁신기업의 도전과 기회'

홍효진 유재희 | 2024.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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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쳐스 대표,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왼쪽부터)가 26일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코리아콘퍼런스와 함께하는 진격의 K-혁신기업'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VC(벤처캐피털) 업체 간 옥석 가리기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혁신의 핵심인 AI(인공지능) 경쟁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비즈니스 품질 및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강화 등 성장 요소를 강조했다.


'생성형AI' 전성시대…"한국 기술력 이미 세계적"


AI는 이미 글로벌 '혁신 대세'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AI 영역 펀딩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생성형AI'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주목할 지점이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 총회2의 강연을 맡은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AI 펀딩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생성형AI 투자는 초기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상장 기업 수는 2687개로 전체 시가총액은 2575조 원이다. 반면 미국 단일 기업 시총은 마이크로소프트(MS) 4185조 원, 애플 3593조 원, 엔비디아 2742조 원에 달한다. 기업 하나만 봐도 우리나라 기업의 시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유 원장은 "미국 주요 기업의 작년 한 해 평균 시총 상승률은 108.6%에 달했지만 한국 기업 성과는 굉장히 저조했다"며 "국내의 경우 시총 상위권을 전통 기업이 차지하는 만큼 혁신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은 입증됐다. 유 원장에 따르면 투자 상황이 경직된 가운데서도 AI반도체 관련 국내 메가 라운드(글로벌 기준 1억 달러 이상, 국내 기준 수백억 원 이상 투자 유치) 펀딩은 지난 3월 10여 개 기업에서 나왔다. 유 원장은 "국내 기업은 작년과 올해 CES(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에서 전체 혁신기업상의 3분의1 이상을 휩쓸며 AI 분야의 독보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게 혁신은 "절체절명 위기 속 유일한 길"이라고 유 원장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극도로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OECD 평균은 1.5~1.6명가량이다. 유 원장은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이었다"며 "이 상태로 100년만 지나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금의 3분의1로 줄어든다. AI 및 초저출산 시대에서 살아남을 길은 혁신밖에 없다. 이미 혁신 토대를 갖춘 우리에게 혁신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전력 인프라, 핵심 투자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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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황종덕 키플랫폼 총괄디렉터,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쳐스 대표,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가 26일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코리아콘퍼런스와 함께하는 진격의 K-혁신기업'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해외 스타트업이 투자를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전력 인프라'가 거론된다.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설립 등을 고려해 전력 수급을 우선시할 것이란 진단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전력량이 한 자릿수에서 20~25%까지 증가한단 전망이 나온다. 전력을 공급받을 대체국을 찾는 수요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2026년 기준 아일랜드의 전기사용량 3분의1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수 있단 예측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전문가 패널 토의에서 로만 박 블랙마운틴벤쳐스 대표는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유치 방안에 대해 "충분한 전력 인프라"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전력 수급계획을 보면 데이터센터 수요에 비해 전력 수급 증가율이 미미하다"며 "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에 세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 인프라 부족은 해외 기업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만 박 대표는 해외 스타트업은 리더십 역시 중요한 투자 기준이라고 분석했다. 그 예시로 오픈AI가 일본 지사를 설립한 이유를 들었다. 그는 "일본이 중국 영향권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인 점,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앞선 만큼 합작사인 피규어 AI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 G7(주요 7개국) 의장 역할을 하고 AI 정책 관련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부터 투자받는 방안도 논의됐다. 유 원장은 "미국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소진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며 "투자 대상으로 바이오·딥테크 등 기업이 주로 거론되는데 국내 스타트업들이 얼리스테이지(Early stage·초기단계)에서 선택받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투자받기 위해선 비즈니스 품질, 독립적 아이디어,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특히 국내 스타트업이 투자받기를 원하는 실리콘밸리에선 네트워크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고 전했다.

정부의 모태펀드 제도에 대한 개선점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유 원장은 "정부 모태펀드가 마중물이 돼 VC 200여 개가 10조 원 넘는 자금을 활용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면서도 "모태펀드는 역할을 다했으니 발전적 해체를 하고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할 때가 됐다. 기업의 VC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페리 하 드레이퍼 아테나 대표는 "정부 모태펀드가 VC 업계에 기여해왔고 정부가 신산업을 이끄는 것도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실물) 서류를 제출하는 등 모습은 IT 강국인 한국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