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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소리 낸 전문가들…"차별화 역량으로 K-바이오 경쟁력 확보 서두르자"

[2024 키플랫폼] 총회2 파트2-"K-바이오 경쟁력 위해 산업구조 개선하고 차별화 역량 확보"

오진영 박수현 이병권 최지은 박건희 | 2024.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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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문 밸류파인더 최고경영자(CEO), 정태흠 아델파이 벤쳐스 대표, 김재원 반트 AI 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재무관리자(CFO), 윤성용 쿨라바이오 COO, 이정수 사이노젠 바이오파마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26일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패널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 K-바이오는 빅파마(거대 제약회사)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을 분석한 후, 적극적으로 M&A(인수합병)를 준비할 때 기회가 올 것이다."(정태흠 아델피벤처스 대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지나치게 제약에 집중돼 있다. 규제의 허들이 낮은 그린 바이오(농업)는 새로운 사업 기회다."(윤성용 쿨라바이오 최고운영책임자)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역량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등 차별화된 기술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빅파마와 바이오테크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M&A와 지속 혁신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약 분야에 치우친 국내 바이오 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K.E.Y. PLATFORM 2024) 총회2에서는 업계·학계를 아우르는 바이오 전문가들이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기업을 둘러싼 관심이 증폭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여전히 개발 역량과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K-바이오 강화 위해선 M&A·농업 기술 강화해야…AI도 적극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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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반트AI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6일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약물 개발 방식의 근본적 변화: 인공지능 기술 적용을 통한 신약 발견'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총회2에서는 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첫손에 꼽힌 것은 M&A다. 정태흠 아델파이벤처스 대표는 '바이오 혁명 시대의 확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허가받은 138개 신약을 분석해 보니, 유수의 제약회사가 자체 개발한 약이 단 하나도 없는 등 '라이센스 인(기술 구입)'이 확대됐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약회사들이 M&A에 적극 뛰어드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올해부터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M&A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위 18개 빅파마가 70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기존 특허의 만료 시기가 도래하면서 항암제·면역 분야 시장 확보를 위한 관심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한국 바이오도 2단계, 3단계를 바라봐야 한다"라며 "적극적으로 M&A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면 연구 과정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해 대형 제약사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재원 반트AI 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재무관리자(CFO)는 "임상 참여 환자 선발은 물론 시험 설계, 시뮬레이션부터 주문까지 AI가 할 수 있다"라면서 전임상 연구(임상시험 직전 단계)나 동물 실험, 환자 투약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농업 분야 바이오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윤성용 쿨라바이오 COO는 "지구온난화가 식량 위기로 귀결되면서 애그테크(농업+기술)가 주목받고 있다"라며 "2022년과 2023년 2년간 미국 내 애그테크 투자액은 약 160억 달러(약 22조 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애그테크에서 혁신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후손에게 먹일 식량도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 제약회사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논의됐다. 이정수 사이노젠 바이오파마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대형 제약 회사의 자산 가치 평가 방법'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자산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 가치 평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 대상인 회사가 최근 체결한 계약을 통해 개발한 신약의 특성을 살펴보거나,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해 보는 등의 방법도 제시했다.


"신약 개발 역량 확보가 급선무…차별화된 강점 부각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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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흠 아델파이 벤쳐스 대표가 26일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4 키플랫폼' 총회에서 '바이오 혁명 시대의 확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발표에 이어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바이오 산업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단기 수익성에 치중하다 보니 회사의 신약 개발 역량이 떨어지고, 그린바이오(농업·식품)에 대한 관심이 낮아 좋은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차별점을 파악하지 못해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 대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국내 회사를 인수합병하거나 지분투자를 한 사례가 없다"라며 "한국 기업은 기존 약물을 개량해 라이센스 아웃(기술 판매)을 하는데, 대형 제약사 입장에선 굳이 인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측면에서 신약 개발 역량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각각의 기업만이 갖고 있는 차별점을 부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COO는 "AI도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으며, 이 CBO도 "150여개 기업과 미팅을 했지만 이 중 90~95%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라고 우려했다.

레드바이오(의료·제약)에 편중된 기업들의 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 COO는 "지난 3년 반 동안 농업 바이오 관련 회의나 행사에 열심히 다녔지만 한국 분들을 만난 사례가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라며 "레드바이오는 리턴(보상)이 크지만 리스크(위험)도 큰데, 그린바이오는 규제의 허들이 훨씬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규모가 크든 작든 캐시카우(현금원)을 빨리 잡고 싶다면 좋은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