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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공천, 美선 상상 못할 일…지역·중앙정치 영향력 워야 출마 가능"

[2024 키플랫폼]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 인터뷰

정경훈 | 2024.04.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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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정경훈 기자

"주로 정부 대 정부로 이뤄지는 한국과 미국의 소통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 다양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긴 시간 미국 정관계와 소통하며 신뢰를 튼튼히 해야 가장 '보수적'인 미국 정관계로부터 결실을 얻어낼 수 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4 키플랫폼'의 연사로 참여한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은 인터뷰를 통해 "이슈가 발생한 때마다 각 현안 중심으로 미국 정관계를 설득하고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는 20여년 전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한 비영리단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기르기 위해 활동한다. 미국 내 한인 유권자는 200~2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송 총장은 "미국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표 독려, 우리의 권익 옹호가 주요 업무"이라며 "기른 힘을 바탕으로 고국인 한국과 자국인 미국의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두 번째 미션"이라고 했다.

그는 "더 커진 한인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입법 로비 활동을 하는 것도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한인유권자연대는 현재 '파트너 위드 코리아법' 입법에 주력한다. 유학생 등 미국 내 한인들이 더 원활히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쿼터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한 활동도 중요하다. 송 총장은 "고국 한국과 자국 미국 사이가 좋지 않으면 잘 살아갈 수 없는 게 이민자의 숙명"이라며 "미국 내 한인이 더 정치에 참여하면 미국도 한국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더 많은 것을 함께 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계는 가장 보수적인 곳…다채널·장기간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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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2023.12.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송 총장은 한미관계 증진을 위해 소통 채널 확대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래를 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총장은 "과거와 달리 한국이 경제적으로 큰 나라가 됐다"며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베풀어줄 수는 없다. 한국이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과 이해를 두고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는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에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다양한 주제로 협상을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제가 경험해 본 미국 정치권은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 중 하나"라며 "이념적 진보·보수를 뜻하는 게 아니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과 생산적인 논의를 하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 신뢰 관계를 형성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적절하게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도 덧붙였다.

송 총장은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등 정부 대 정부로 교류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한국에 사는 비정부 인사, 특히 미국 내 한인들이 좋은 관계 형성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관계와의 소통 채널 확대를 위해 한국 정부의 해외 동포 관련 정책도 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를테면 동포들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포들의 삶을 도와주는 취지로 시행해 온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 총장은 "미국 내 한인들은 '동포들은 한국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전통적 시선을 경계한다"며 "우리를 한국 핏줄을 가졌지만 미국인으로서 일상을 영위하는 개인으로 바라봐야 건강한 관계 정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인 사회 美 정치에 관심 ↑…전략공천? 상상 못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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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왼쪽)과 대니 메자 레이븐 그룹 파트너가 25일 영등포구 콘래드서울에서 진행된 '2024 키플랫폼' 특별세션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2024 미국의 선택'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송 총장은 미국 내 정치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작은 중소도시, 의회 선거에 한인 후보들이 점점 많이 나오며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계 연방의원만 해도 4명이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올해 뉴저지주에서 역사상 최초로 한국계 연방상원의원(앤디 김)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대도시 범죄율 감소 대책·이민·낙태 3가지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 표심을 결정할 주요 이슈"라며 "한인 유권자도 중요하게 보는 주제"라고 말했다.

한인은 대선급 선거에서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전체 이민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서다. 송 총장은 "이민 인구 중 약 6%를 차지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로 확대하면 이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리카-아시안'계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내세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송 총장은 미국과 한국 정치의 차이점에 대해 "한국 공천 과정을 보면 후보를 정하는 데 당 지도부의 힘이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며 "'전략 공천'으로 당이 지역구 후보를 정하고, 지역을 잘 모르는 후보가 출마하는 것은 미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제도"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정치 지망생이 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아야 출마할 수 있다. 출마 전부터 스스로 자연스럽게 지역이나 중앙 정치에 대한 경쟁력을 길러야 하는 환경"이라며 "이런 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당락을 겨룬다. 출마자가 몇 명이든 중앙당이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