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라이 총통의 취임식을 앞두고 대만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대립의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양안 관계를 전망해 봤다.
친미·독립 행보 보이는 라이칭더 vs 경고 시그널 보내는 중국 최근 라이 신임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양안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지난 10일 라이 총통은 민진당 정부 3기 내각 인사에서 대부분 독립 성향이 강한 인사들을 선임했다. 총리 격인 행정원장으로 지명된 줘룽타이(전 입법원 의원)는 1980년대 민진당 출범 당시부터 활동한 강경한 독립파다. 국방부장으로 선임된 구리슝(전 NSC(국가안전회의) 비서장)은 2022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문 이후 분리주의자로 낙인찍혀 중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이외에도 신임 NSC 비서장,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NSB) 수장도 친미 성향 인사들이 내정됐다.
중국 정부는 라이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견제와 압박을 시도한다. 10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국민당 소속 마잉주 전 대만 총통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양안이 같은 나라에 속한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92공식(하나의 중국은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 다른 명칭을 쓰기로 한 1992년의 합의)'을 재확인하고, 대만 독립 반대 의지를 천명했다. 시진핑 집권 3기 시작 후 처음 만난 인사가 집권 민진당이 아닌 국민당 소속이란 점에서 라이 총통을 견제하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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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위안=AP/뉴시스]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1일(현지시각) 대만 북부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오는 11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는 마 전 총통은 이번 방중을 양안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 여정'이라고 밝혔다. 2024.04.01. /사진=민경찬 |
한편 라이 총통 취임식에 누가 참석할 것인가도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만과 공식 수교를 맺고 있는 나라가 소수인 데다 대부분 국가가 중국 정부를 의식해 정부를 대표하는 공식 인사를 파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에선 대중 강경파인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크 맥콜 의원이 일부 의원단과 함께 취임식을 찾고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미망인 아베 아키에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다.
中, 무력 충돌은 득 보다 실…수위 조절하며 상황 관리 이처럼 라이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양안 간의 기싸움이 벌어지지만, 실제 무력 충돌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총통 취임식 전까지 대만과 중국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겠지만, 일단 취임이 끝나면 라이 정부는 보다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정부도 민중당의 부각으로 입지가 줄어든 민진당 정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하거나 양안 문제를 일부러 부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들어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대만해협보다는 남중국해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이번 기싸움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대만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경제적 압박 조치를 취하는 것은 향후 대만 정부가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시 주석이 마잉주 전 총통을 초청해 접견한 것도 민진당을 무시하거나 자극하기보다는 소통 차원에서 국민당 인사를 통해 중국 정부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행보라는 주장이다.
민 교수는 "라이 총통은 대만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선출됐기 때문에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선을 넘는 도발을 하거나 압력을 가한다면 이것은 국제사회의 비난, 중국의 외교적 위상 손상을 비롯해 대만 내 반중 여론이 더 부각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클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견제는 하되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달하고 상황을 관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