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애틀란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9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중동 전략이 극명하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중국은 중동에 대해 '전략적 헤징(hedging)'을 추진했다. 이는 지배적인 강대국에 도전하거나 지역 국가를 소외하지 않고 모든 행위자에 대해 유용한 파트너가 되는 전략이다. 애틀란틱카운슬은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유지하는 중동 질서 하에서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취할 수 있었고 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도전하거나 충돌을 일으키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협력 대상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분열을 조성하고 대립을 부추기며 평화를 파괴하는 전략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내내 벌어진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본질적으로 중국에 적대적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에 중국의 중동 전략도 '전략적 헷징'에서 '징(wedging) 전략'으로 변화했다는 게 애틀란틱카운슬의 분석이다. '징 전략'은 위협적인 세력이나 동맹을 예방, 해체 또는 약화시키려는 외교전략으로 정의된다.
애틀란틱카운슬은 "미국이 이란핵협정(JCPOA)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중국의 중동 전략이 변했다"며 "JCPOA의 막후에서 이란을 적극 중재했던 중국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하고 최대 압박 캠페인을 벌이자 이를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시도라며 맹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중국의 중동정책은 대응을 넘어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얻는 것은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리면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중대한 지정학적 의제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이 징 전략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딜레마도 직면하게 됐다는 게 애틀란틱카운슬의 평가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에게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겨두고 경제교류를 통해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징 전략으로 갈아타는 순간 그동안 회피했던 중동지역의 복잡한 분열과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 동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기존에 맺었던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도 불안해졌다. 최근 중동 분쟁에서 중국이 하마스 입장을 지지하면서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중국은 중동에서 호의적 이미지를 조성했지만 미국과 이 지역 국가들의 강력한 관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아랍권 국가들과 미국은 정책상 의견 불일치를 빚기도 하지만 그들은 미국과 단절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애틀란틱카운슬은 "일대일로를 적극 추진함에도 중국은 기대했던 만큼 중동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하지만 미국을 다른 권위주의 세력으로 바꿀 의향까지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지정학적 전략상 미국의 정책에 도전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공세적인 관여를 지속할 것이라고 애틀란틱카운슬은 내다봤다.
애틀란틱카운슬은 "미국은 중국의 징 전략에 맞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취약한 지역 관계에서 중국이 가진 약점을 활용하는 한편 중동 문제에 보다 적극 관여하는 동시에 중동 국가들에 대한 포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