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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르 아티야=AP/뉴시스] 5일(현지시각) 시리아 데이르 아티야의 한 산 정상에 지난해 12월 바샤르 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 파손된 하페드 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 동상이 쓰러져 있다. 2025.01.06. /사진=민경찬 |
시리아는 지난달 반군이 13년 내전 끝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종식시키면서 국가 재건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중동 지역의 혼란과 위기기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데이모닝 키플랫폼>은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시 예상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들을 짚어봤다.
튀르키예 공격 시 IS 테러 확산 가능성까지 시리아에는 현재 2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쿠르드족 반군단체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하면서 역내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을 지속해 왔다.
이들 미군이 철수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SDF가 튀르키예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는 SDF를 자국 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돼 분리주의를 추진하는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퇴치하려 한다. 실제로 지난달 시리아와 튀르키예 접경 지역에서 친튀르키예 민병대가 SDF를 공격해 20여 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튀르키예가 SDF를 공격할 경우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SDF가 관리 중인 IS 조직원 수감시설이 통제불능에 빠질 경우 4만 5000여 명에 이르는 IS 조직원들이 풀려나 중동지역은 물론 전 세계의 테러 위협이 커질 수 있다.
성일광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현재 시리아에서 SDF 문제는 가장 큰 시한폭탄이다. 만약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미군을 철수시킨다면 튀르키예의 공격으로 IS 수감시설의 고삐가 풀어지면서 테러세력들이 중동은 물론 유럽, 미국까지 퍼질 수 있고 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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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쿠스=AP/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 거리에서 가스를 사려는 사람들이 가스통을 놓고 길게 줄 서 있다. 2025.01.02. /사진=민경찬 |
이미 이스라엘은 시리아 권력이 교체되는 혼란을 틈타 시리아 군사시설을 폭격하고, 그동안 시리아와 영토분쟁을 벌여온 골란고원의 완충지대까지 재빠르게 점령에 나섰다. 1974년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휴전한 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영토로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다.
튀르키예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불만을 갖고 있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반군 중 '시리아국민군(SNA)'을 지원해 온 만큼 골란고원을 점령한 이스라엘과 무력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며 새로운 분쟁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간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던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정권 붕괴와 함께 시리아에서의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러시아와 이란이 독재 정권 종식 후 새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에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 등 주요 군사 시설을 보유한 러시아 입장에선 이들 시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 정부와 관계 개선을 할 필요성이 있다. 이란도 시리아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다시 여는 게 핵심 의제라며 새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
성 교수는 "러시아로서는 타르투스와 흐메이밈 기지를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시리아 새 정부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란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란과 러시아가 다시 들어오게 되면 이스라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미군까지 철수시키게 되면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또 다른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도 즉각적인 미군 철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강석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교수는 "트럼프는 취임 후 공약한 대로 시리아 미군 철수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전철을 밟지는 않으려고 할 것이다. SDF 문제나 IS 테러 확산, 이란과 러시아의 영향력 재확대, 그리고 시리아 정부의 안정적인 재건 등의 과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조율한 뒤에 점진적으로 철군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