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피에르파브르 미국 사업개발 및 영업부문 총괄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 총회2 패널토의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해외 시장 확장 전략에 대해 "장기 비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총괄은 "기업의 비전이 세워지고, 기술력이 개선된다는 점이 확보된다면 펀딩이 가능하다"며 "한국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다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널토의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 글로벌 변화 속 혁신과 지속 가능성 모색'을 주제로 진행됐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문 총괄, 정태흠 아델파이벤쳐스 대표, 백현준 롯데 홀딩스 헬스케어 & 바이오파마 CVC 매니징 파트너, 정상민 아치 벤처 파트너스 벤처 파트너, 유제관 오믹인사이트 대표가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장기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주로 진행한다는 백현준 파트너는 국내 산업 발전을 고집하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제시했다.
그는 "일본 IPO(기업공개)보다 미국 IPO를 훨씬 추천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도)한국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반도체 사업에서는 '올 재팬'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실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인재 풀이 제한돼 고생 중인데, 바이오에서는 다양성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상민 파트너 역시 "'올 코리아'로는 당연히 메가라운드(스타트업이 1회 1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가 어렵다"며 "글로벌 전망을 세워야 하는데 계속 '올 코리아'로 고민하면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좀 더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단기 목표에 매몰되지 않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태흠 대표는 "한국에서는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판매계약서를 가져와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 상장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1~2년 안에 성과를 내는 기업은 없다"며 "어마어마한 미국 회사들도 같은 조건에서는 코스닥 상장을 못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현재 한국의 허가제를 미국의 신고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상장이 어렵지만, 퇴출도 어려워 문제가 많은 회사들이 아직도 코스닥에 있다"며 "반면 미국은 상장이 쉽지만, 시장이 판단하기에 퇴출도 쉽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시장에 자율성을 주면 시장이 활성화된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