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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美서 성공하려면 빅마켓 말고 틈새시장 노려야"

[2025 키플랫폼] 총회2-문승현 피에르파브르 미국 사업개발 및 영업 부문 총괄

김주현 | 2025.04.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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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피에르 파브르 미국 사업개발 및 영업 부문 총괄이 25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5 키플랫폼' 총회에서 '한국 바이오 테크 기업들의 미국 진출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chmt@

"빅 마켓보다는 신약 개발 가능성이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정착만 한다면 기업 가치는 몇십배가 될 수 있다."

문승현 피에르파브르 미국 사업개발 및 영업 부문 총괄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K.E.Y. PLATFORM 2025)에서 한국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높은 틈새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문 총괄은 이날 'K-바이오의 새로운 서사 : AI 전면화를 통한 글로벌 선점'을 주제로 진행된 총회2 세션에서 '한국 바이오 테크 기업들의 미국 진출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문 총괄은 프랑스 제약회사인 피에르파브르가 미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했다.

문 총괄은 "처음 회사를 소개받았을 때 미국에서 항암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는 비전을 들었다"며 "처음엔 그저 화장품 회사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약 8개월 정도가 지난 뒤엔 회사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만들어냈고, 병원들로부터 항암제를 쓰고 싶다는 연락을 먼저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큰 마켓을 공약했다면 어려웠겠지만 '항암 시장'에 집중하면서 적은 투자금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타깃 수는 줄이면서 투자는 최소화하되 제품 잠재력은 극대화하는 전략을 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틈새시장의 장점은 업계에서 회사의 이름과 기술이 인식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지사의 독립적인 운영 방식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본사는 프랑스에 있었지만 미국 지사가 굉장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작은 회사의 장점은 의사 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급변하는 미국 시장 환경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은 이제 필수다. 국내 시장은 규모가 한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신약 개발 분야는 연구기간이 길고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문 총괄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입에 앞서 자금이 충분한지, 시장 이해도가 높은지, 빠른 회수를 바라는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여러 가지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리스크를 지더라도 미국 시장에 제대로 정착만 한다면 회사 가치는 몇십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실패하더라도 경험해야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비미국(non-US) 바이오 기업들도 소개했다. △아르젠엑스(argenx·네덜란드) △베이진(BeiGene·중국) △피에르파브르(Fierre Fabro Pharma·프랑스) △젠맵(Genmab·덴마크) △레전드 바이오테크(Legend Biotech·중국) 등이다.

문 총괄은 이들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공통점으로도 '마켓(시장) 선정 전략'을 꼽았다. 그는 "이들 기업은 파트너사와 협력해 상업화를 이룬 경우도 있고 회사가 직접 한 경우도 있지만, 공통점은 큰 마켓에 곧바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켓을 잘 선택해서 들어간다면 한국 회사도 성공적인 정착이 가능하다"며 "큰 마켓에 바로 들어간다면 리스크도 크고 재정 부담도 늘어날 수 있지만 시장을 잘 선택하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