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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노딜 브렉시트'가 꼭 필요한 이유

[2019 키플랫폼]美 헤리티지재단 가드너 센터장 "브렉시트 투표후 투자 등 최고치…'배드 딜' 보다 '노딜'이 낫다"

강기준 | 2019.05.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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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가드너 헤리티지재단 센터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Understanding the Frontier: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질서' 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2016년 6월 설마했던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가 찬반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3년간 브렉시트는 표류하고 있다. EU 관세동맹 안에 남을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국경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아무런 합의 없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채 정치권과 영국민, 외신들까지 지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소속이자 브렉시트 전문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련 내용을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던 나일 가드너 헤리티지재단 마가렛대처자유센터장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5~26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미지(未知)의 첨단(尖端): 내일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의 연사로 참여해 '노딜 브렉시트'가 꼭 필요한 이유를 제시했다.

다음은 가드너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노딜 브렉시트'를 왜 지지하는가? 수많은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경고한다.
▶영국이 왜 브렉시트를 원하는지부터 설명하겠다. 브렉시트는 영국인들이 스스로 자유와 미래를 정할 결정권을 가지겠다는 열망에서 비롯됐다. 브렉시트는 최근 불기 시작한 바람 같은 것이 아니다. 이미 과거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가 영국인들이 EU를 떠나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브렉시트의 씨앗을 심었다. 영국은 1973년 EU에 가입했고 1975년에 브렉시트 투표를 이미 한번 했던 전례가 있다. 노딜 브렉시트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1973년에 EU에 가입하면 영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EU 관세동맹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는 왜 지지하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EU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브뤼셀의 집행위원회 관료들은 투표없이 선발돼 큰 힘을 휘두른다. EU는 하나의 강력한 중앙정부가(super state) 되길 원한다. EU는 화폐를 유로화로 통일하고, 법이나 국경, 무역 정책 등을 마음대로 정한다. 그리고 이 주도권은 독일이 주로 쥐고 있다. 쉽게 생각해보자.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모아놓고 소수 권력자들이 명령하는 구조라면 따르겠는가? 이미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내 다른 국가에서도 균열은 시작됐다. 다가올 EU 의회선거에서 EU 회의론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EU체제 이후 경제성장률은 감소하고 있고, 각국은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각각 25%, 50%에 달한다. 수백만명이 넘는 청년들을 위해 EU가 일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노딜 브렉시트'는 경제적 재앙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20% 상승해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유엔교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유럽의 올해 FDI는 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1000억달러에 그쳤고, 2017년 대비해선 70%이상 급감했다. 영국은 오히려 세계 3위 FDI국가가 됐다. 브렉시트를 대비하기 위해 수천개의 세금 등 금융 관련 스타트업이 영국에서 생겨났다. 한국과 영국간 무역도 브렉시트 결정 이후 더 늘었다. 영국 경제가 둔화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독일과 일본 등 자동차 회사들이 영국에서 공장을 철수하고 있다. 이것이 반론이 되진 않는가?
▶일본 토요타나 닛산 자동차 등이 브렉시트 때문에 미래를 재고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제조업 국가가 아니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펀더멘털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고 본다.

최근 2년 사이 미국의 구글과 애플은 영국에 본사를 지었다. 브렉시트를 단행하면 법인세도 유럽보다 낮춰 더 많은 해외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다. 이미 프랑스는 영국보다 법인세가 2배 높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영국에 오면 더 큰 고용효과와 경제적 붐을 일으킬 것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어쨌든 '노딜 브렉시트' 만큼은 피하려고 한다
▶메이 총리는 애초에 브렉시트 지지자가 아니다. 당초 올 3월 끝나어야 할 브렉시트가 10월31일까지 또 연기됐다.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소프트 브렉시트는 안되고 강력한 국경을 서로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결국 EU의 영향력에 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메이의 리더십이 너무 약한 것이 문제이다. 메이는 EU의 협상안을 들고와서 설득하는데, 나는 이러한 '배드 딜(Bad Deal)'보다는 '노 딜(No Deal)'이 낫다고 본다. 올 여름 총리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간 국경 부활로 인한 문제도 걸림돌이다. 해결방안은 없나?
▶국경 문제는 EU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무기일 뿐이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간 국경이 생긴다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지금은 21세기다. 국경에 군대를 배치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전자 국경'을 설치해 신분증 등 간단한 절차로 자유롭게 통과하면 된다.

-'노딜 브렉시트'시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양국에 경제적 '윈윈' 상황이 벌어진다. 일각에선 영국이 수백개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FTA를 맺는데 시간이 오래걸릴 것이라고 보는데, 이미 영국은 100여개국과 기본 협상을 끝마친 상태다.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오는 10월 단행된다면 내년 안에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과 FTA가 바로 발효될 수 있다.

영국 런던은 금융업 중심지이고 세계 경제 5위의 강대국이다. EU에 있을 때보다 한국과 더 자유롭고, 직접적으로 거래를 해 서로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영국에서 현재 활동하는 한국 회사 300여개는 브렉시트 후엔 600여 개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경제적으로는 한일관계만큼이나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